임윤아, 잘한다

박희아 ize 기자 2018.02.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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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아, 잘한다


화롯불이 타는 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만 크게 들리는 제주도 소길리에 임윤아가 찾아왔다. 그 소녀시대의 센터, 그리고 인기 배우다. 하지만 임윤아는 JTBC ‘효리네 민박 2’에서 시골 풍경의 한 자락이 되어 민박집 안팎을 종종거리며 걸어 다닌다. 아무렇게나 머리를 질끈 묶기도 하고, 카메라에 어떻게 비치는지 상관하지 않고 그릇들을 모아 설거지를 하면서.

임윤아가 ‘효리네 민박 2’의 새로운 스태프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효리와 이상순조차도 인터폰을 보고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을 정도다. 그만큼 소녀시대의 멤버로서 임윤아의 경력은 제주도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등장할 때만 해도 사랑스럽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그는, 벽난로 앞에서 머리를 대충 묶고 쉬다가도 어느새 분주한 주방으로 가 투숙객들을 위한 식사와 간식을 준비한다. 임윤아에게 요리와 운전이란, 대충 내세우는 개인기가 아니라 좀 더 진지하게 자신의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자신만의 장기다. 임윤아가 오랫동안 걸그룹 생활을 하면서 익힌 직업 방송인으로서의 자세이기도 하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함께 일상의 한 장면으로 끼어든 임윤아는 “주부들의 잇 아이템”이라며 마늘 다지기를 선보이고, 투숙객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서 외운다. 이전 시즌에 스태프로 출연했던 아이유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에 적응해나가는 법을 익혔고, 이효리와 대화를 나누며 마치 한 편의 따뜻한 동화 같은 느낌을 풍겼다면, 임윤아에게 ‘효리네 민박’이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업무 공간에 가깝다. 이상순은 스스럼없이 운전대를 잡고 시내로 향하는 윤아를 보며 “운전도 척척하고 좋다”고 칭찬하고, 이효리는 “윤아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그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 이때 임윤아는 “죽 만들어봤냐”는 이효리의 질문에 “넣는 것만 달라지면 된다”고 한발 더 나아간 답을 내놓기도 하면서 “아침 메뉴로 새롭게 뭘 먹을까 하다가 와플 기계가 있어서 사봤다”고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이효리가 아이유와 솔로 여성 뮤지션끼리의 소통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해나갔다면, 임윤아와 이효리의 관계는 함께 일하는 사람끼리 만들어가는 협력자 관계에 가깝게 나아간다. 마냥 아름답고 편안해 보이는 공간에서도 임윤아는 자신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직장인처럼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데뷔 10년을 넘긴 걸그룹 소녀시대가 제각기 새로운 길을 찾아 흩어지는 동안, 임윤아는 ‘효리네 민박’으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사실 이효리의 과거와도 닮아 있다. 이효리가 “그때 오빠들이 ‘유고걸’을 ‘육오걸’(6 곱하기 5는 서른이라는 뜻에서)이라고 놀렸다”고 말하며 씁쓸해할 때, 임윤아는 “지금의 제 나이가 SBS ‘패밀리가 떴다’ 때 언니의 나이”라고 웃는다. 여성 연예인들의 나이와 외모가 그들의 생존 가능성과 직결되는 한국 연예계에서, 임윤아는 이효리와 함께 그 바깥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까. 그가 걸그룹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이효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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