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공시 '억울하다'는 한미약품…주가는 8% 하락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02.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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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2016년 이어 이번에도 연휴 전 악재 공시...한미약품 "우연의 일치일 뿐, 고의성 없다"

악재 공시 '억울하다'는 한미약품…주가는 8% 하락


"올빼미 공시가 문제가 될 줄 알면서도 두 번이나 악재성 공시를 연휴 전에 낼 회사는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 다들 의심은 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 한미약품이 2015년 릴리에 6억9000만 달러에 기술수출했던 BTK 면역치료제(HM71224)의 임상 2상 시험이 중단됐다는 공시를 내보내자 증권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임상 중단이라는 악재 자체보다 '연휴 전 상습 올빼미 공시'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2016년 9월30일 베링거인겔하임의 한미약품 항암신약(올무니팁) 기술이전 계약 취소 악재 공시도 10월1일~10월3일 개천절에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 직전에 나온 바 있다.

임상 중단 악재에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은 전일대비 4만6000원(8.50%) 내린 49만5000원에 마감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33,500원 ▲200 +0.60%)도 8.68% 급락했다.



14일 장 마감 후 임상 2상 중단 공시를 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탄식했다.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취소, 2016년 12월 사노피와 계약 축소에 이어 신약 개발 관련한 한미약품의 세 번째 악재 공시가 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시는 과거에 비해 시장 충격이 덜할 거란 관측이다. 릴리는 임상 2상을 중단하지만 HM71224에 대한 계약도 유지하고 다른 적응증으로 개발도 논의하기로 해서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존 HM71224 가치를 약 3052억원으로 추정했기 때문에 목표가 하향 조정과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투자자들도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했고 두 차례의 사례를 겪었기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시의 실제 내용보다 공시 시점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신약 개발 기업에서 임상 계약이 취소되는 일은 이례적인 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공시 방식을 두고 시장에서 불만이 많고, 기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9월30일 당시 한미약품은 계약 취소라는 초대형 악재를 개장 후 21분 시점에 공시해 논란이 됐다. 이번에는 장 마감 후 공시를 냈고 악재는 5일 뒤인 이날 개장 후 반영되는 흐름이다.

한미약품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파트너사에서 통보를 받고 최대한 빨리 공시를 냈을 뿐인데 하필이면 연휴 전이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 14일 릴리로부터 임상 중단을 통보받은 게 정오(12시)였다"며 "공시 내용 및 보도자료를 최대한 빨리 준비해 당일 공시했고, 일부러 연휴 전에 공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2016년 9월 당시와 이번 설 연휴도 외국 파트너사에는 휴일이 아니었기에 고의적으로 연휴 전 올빼미 공시를 노린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연 공시와 관련해 앞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또 지연 공시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임상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파트너사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통보받은 날짜에 공시했다"며 공시 시점과 관련한 오해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6년과 달리 한미약품 악재에도 불구, 다른 제약바이오주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1.28% 상승 마감했고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도 각각 8.61%, 10.7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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