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청년 실업률은 대학 졸업생과 기업 간 '미스매치'로 상승한 면이 컸다. 수요(구직자)를 감당할 공급(좋은 일자리)이 적었다. 이에 더해 앞으로 4년간 12학번을 비롯한 20대 후반 인구가 크게 는다. 전에 없던 수요 충격이다.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많지 않고 경쟁자가 급증하는 게 20대 후반 청년에게 닥친 현실이다.
입학생은 졸업생 숫자에 그대로 영향 끼친다. 4년제 대학 졸업생 수는 지난해 33만5367명으로 역대 최다다. 2000년만 해도 21만4498명이었던 졸업생 수는 17년 만에 12만명 넘게 뛰었다. 그만큼 대졸 구직자가 늘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11~14학번 남학생을 감안하면 당분간 졸업생 수는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993년생은 72만3892명으로 1984년(72만9115명) 이후 9년 만에 최다였다. 1960년 100만명에 육박했던 출생아 수는 1990년 65만명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출산 억제정책을 펼친 결과다. '둘도 많다'고 적힌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붙어있던 시기다.
한 학생이 18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 마련된 채용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7.9%로 전년동월(58.7%)대비 0.8%포인트(p) 감소했다. 청년체감실업률도 월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 3은 21.5%로 전년 동기 대비 0.2%p 뛰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9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2017.10.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는 20대 후반을 2차 에코붐 세대라고 부른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생)의 자녀라는 의미다. 이 같은 해석에 반론도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1991~1996년생을 낳으려면 20대 초중반에 출산이 몰려야 하는데 1990년대만 해도 첫 출산연령이 26세 이상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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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서 비롯되는 청년고용 충격은 피할 수 없는 변수다. 공급이 힘을 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턱없이 모자라다. 일자리 측면에서 청년실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고성장기업 수다.
2016년 매출액·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고성장기업은 4093개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2년보다 1010개(24.7%) 줄었다. 같은 기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고성장기업은 2402개에서 1300개로 뚝 떨어졌다. 25~29세 청년실업률은 2012년 6.6%에서 2017년 9.5%로 치솟았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뽑기 어려운 구조"라며 "성장하는 산업과 기업이 나와야 청년 일자리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실업의 근본 원인이 인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며 "다만 앞으로 4~5년 간 청년 고용이 워낙 힘든 상황이라 단기 대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