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중흥건설이 호남 중심의 지방 건설사에서 전국구로 성장한 배경에는 세종에서의 '분양대박'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중견건설사처럼 공공택지 위주의 사업을 벌였지만 '알짜'인 세종에서의 성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자수성가형' CEO(최고경영자)로 유명한데, 19살 건설업에 뛰어들어 초반에는 연립주택을 짓는 일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중흥주택을 설립했고, 1989년에는 지금 회사의 모태인 금남주택건설을 세웠다. 주택사업을 하면서 땅을 보는 안목도 키웠다. 정부의 본격적인 택지개발 전에도 좋은 입지의 부지를 매입하고, 이 곳의 분양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남겼다.
중흥건설은 세종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수도권에 본격 진출했다. 광교신도시, 고양 향동과 지축, 구로 항동 등의 택지를 매입해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이익이 나면 다시 택지에 투자했다. 201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중흥토건 등 주요 계열사 재고자산 용지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2014년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기 이전 토지 매입에 열중한 결과다.
정 회장의 '땅 쟁여놓기'는 아파트 지을 토지가 더욱 부족해지는 상황에 주요한 경영전략이었다. 하지만 택지 당첨을 위한 '꼼수 입찰' 논란에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중흥건설 기업집단에는 총 62개 기업이 속해 있으며 이중 55개는 종합 건설업으로 등록돼 있다. 매출 천억원대를 기록하는 건실한 회사도 있지만 매출이 없는 계열사도 상당수다. '시티엠건설'이나 '시티오건설', '세종중흥건설' 등 12곳은 종업원이 1명이거나 0명으로 등록돼 있어 '떼거지 입찰'에 동원되는 페이퍼 컴퍼니란 의혹을 받는다.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2015년 25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이후 1심과 2심 판결에서 정 사장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2심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받아 석방됐다.
현재 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회사 대부분을 두 아들에게 물려 준 상태다. 정원주 사장은 중흥 계열사를 맡고, 차남 정원철 사장은 시티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중흥건설은 미래를 바라본 정 회장의 사업전략 덕에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사업 방식으론 택지 고갈로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