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세입자가 혼자 살다가 그만"…난감한 집 주인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2018.02.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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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죽음에 대하여④] 무연고자면 상속인 찾아야…현실엔 임의처분 대다수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 어느 골방 구석에서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 누군가의 아빠 엄마 아들 딸이다. 명절이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우리 옆에 있다. 이들을 보듬지 못하는 한 우리는 아직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세입자가 혼자 살다 돌아가셨는데…보증금은 누구에게 돌려주나요? 유품은요?"

하루 약 6명. 지난해 서울에서 홀로 살다 숨진 사람의 수다. 고독사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세입자들이다. 세입자가 혼자 사망하면 집 주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임대인은 사망한 세입자에게 연고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세입자에게 연고가 있다면 보증금 등 채무 변제를 친인척에게 하면 되지만 세입자가 무연고자일 경우 까다로워질 수 있다.

무연고자 세입자의 경우 임대인은 세입자의 상속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상속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권리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무연고자 세입자의 상속인(찾지 못했을 경우 망자)을 피공탁자로 해 민법에 따른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은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 채무자(임대인)가 채무이행을 하는 대신 채무 목적물을 공탁소에 공탁하고 채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임대인은 무연고자 세입자에게 상속인이 없다면 민법 규정에 따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가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선임된 재산관리인이 세입자의 재산과 채무 등에 대해 처분한다. 세입자가 살던 방의 물품 등 유류품도 집 주인이 아닌 상속인이나 재산관리인이 처분해야 합법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무연고자 세입자에 대한 재산·유류품 처분이 법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임의 처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원을 통해 이뤄지는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상속재산관리인의 보수도 선지급돼야 해서다.


무연고 세입자의 방에 남은 유류품의 가치가 거의 없거나 임대인이 받을 돈이 없는 사례 등도 많아 상속인이나 먼 친척으로부터 재산 포기 각서만을 받고 유류품을 임의 처분하는 경우도 많다.

강민종 변호사는 "무연고자 고독사 망자의 상속재산이 소액인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상속재산이 일정 범위 내 소액인 경우 간소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선임청구권자인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시급하게 처리돼야 할 문제에 대해 임대인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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