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이달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스웨덴 대표팀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 사진=뉴스1
현재 2030 세대는 1980~1990년대 태어났다. 산업화시대 고속성장의 혜택을 받아 배고픔을 겪지는 않았지만, 양극화와 고용불안 등 구조적 문제를 겪으며 성장기를 보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부모의 실직을 경험하고 2007년 이후 글로벌금융위기 파고 속에 청년기를 맞이했다. 이들은 어느 순간 'N포 세대'(취업·결혼·출산 등 수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가 됐다.
머니투데이가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20~30대 남녀 100명을 인터뷰(서면 인터뷰 등)한 결과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응답자는 전체의 37.4%에 불과했다. 그 외 62.6%는 통일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의문을 품었다.
무엇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용 한파는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자기 앞가림도 힘든 현실에 나라의 미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9.9%를 기록했다. 일거리가 없어 시간제로 근무하며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7%나 된다.
2030 세대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유로 '현실적 체감이 안 돼서'(45.5%), '취업, 결혼 등 개인사 때문에'(38.4%)를 꼽았다. 500조~5000조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통일비용도 젊은 세대들에게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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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태영씨(26)는 "예전에 '통일 대박'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그렇고 너무 막연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특정 세대는 통일 비용을 오랜 시간 감당해야 하는데 '왜 하필 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연씨(가명·25)는 "윗세대가 처리 못 한 걸 우리 세대에서 하려고 하니까 너무나 막막하다"며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되고 사회문제도 커질 텐데 과연 그걸 버텨낼 준비가 되어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현정씨(29)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는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며 "하루하루 회사에서 버티는 내 삶 자체도 힘든데 통일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씨(35)도 "통일은 꿈같은 이야기고 눈앞에 놓인 현실은 전세대출 이자와 10분에 한 번씩 우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며 "만약 통일된다고 해도 세금이 높아지거나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텐데 그걸 감당해 낼 자신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일 자체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많았다. 머니투데이 자체 인터뷰에서 '통일을 위해 삶의 질이 떨어져도 괜찮냐'는 물음에 전체의 70.7%가 '아니다'고 답했다.
달라진 2030 세대의 인식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젊은 층이 갑작스러운 단일팀 논의로 기회가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의 고달픈 처지를 투영해 분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2030 세대가 통일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도록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2030 세대의 통일 인식을 개선하려면 일단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분단 상태 때문에 우리가 치르고 있는 비용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왜 이렇게 한국이 분단 체제로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40대 이상은 통일을 당위적으로 접근하는 반면에 젊은 세대는 훨씬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한다"며 "유토피아적 접근보다는 통일이 젊은 세대에게 경제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을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