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몰리는 연금펀드…5개중 1개 예금만 못해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7.1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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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신흥국·롱숏펀드 수익률 하위…연금특성 고려하지 않은 모자형 구조와 유행따른 출시 문제

연말 자금몰리는 연금펀드…5개중 1개 예금만 못해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5개중 1개의 수익률이 예금 이자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5일 기준 최근 1개월간 퇴직연금 펀드로 204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연초 이후 들어온 자금 총 4756억원 가운데 43%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개인연금에 해당되는 연금저축 펀드로도 1개월간 1490억원이 순유입됐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은 7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면 16.5%, 5500만원 이상이면 13.2%)가 가능해 연말을 앞두고 이들 계좌를 통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연금 펀드 중 일부는 장기 수익률이 예금 이자 이하 수준인데다 원금 손실을 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퇴직연금 펀드 전체 447개 중 3년 이상 운용된 펀드는 338개로 이들 펀드의 3년평균 누적 수익률은 12.98%로 집계됐다.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70%로 제한된 퇴직연금 특성상 혼합형 펀드로 출시되다 보니 국내 주식형 펀드 3년 평균 수익률(24.09%)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졌다.



3년 누적 수익률이 은행 3년 이자(연 1.5~2%) 수준인 6%도 되지 않는 펀드도 57개에 달했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보다 못한 펀드가 5개 중 1개 꼴이란 뜻이다. 여기에 매년 퇴직연금 계좌에서 떼가는 수수료 0.3% 수준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더 떨어진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퇴직플랜원자재안정형[자](채혼)C-C(-9.75%), 미래에셋퇴직플랜농산물안정형[자](채혼)C-C(-5.93%), 멀티에셋퇴직연금브라질주식40[자](채혼)(-4.57%), NH-AmundiAllset코리아멀티알파[자]1(주식)C-P2(-3.70%), 에셋플러스해피드림투게더퇴직연금[자]1(주혼)C-C(-3.65%), KB퇴직연금이머징국공채인컴[자](채권)C(-3.46%), DB퇴직연금40[자](채혼)C-C(-1.04%), 삼성퇴직연금토탈리턴[자]1(채권)(-0.33%) 등 8개 펀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펀드 중 설정액이 1조3081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KB퇴직연금배당40[자](채혼)C의 3년 수익률도 5.96%로 은행예금 수준을 맞췄다. 두번째로 큰 규모인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1(채혼)(C)도 4.31%에 불과했다.


연금저축 펀드는 모두 253개로 3년 이상 수익률 집계가 가능한 182개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18.21%로 퇴직연금 펀드에 비하면 선전했다. 다만 이 중 21%에 해당되는 38개 펀드가 누적 수익률 6% 미만이었다.

펀드별로는 한국투자연금저축미국MLP특별자산자(오일가스인프라-파생)(C)(-22.34%), 멀티에셋삼바브라질연금저축[자](채권)-A(-4.02%), 에셋플러스해피드림투게더연금[자]1(주혼)C-C(-3.63%),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연금저축전환형[자]1(주식)C-C(-0.34%) 등 4개 펀드가 마이너스였다.

전문가들은 연금 펀드가 장기 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운용되어야 하지만 대다수 펀드들이 노후자금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출시됐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대부분의 연금 펀드들이 기존에 만들어진 펀드를 그대로 편입해 '연금펀드'라는 껍데기만 씌우는 '모자형 구조'로 출시된다. 따라서 펀드매니저 중에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가 연금 자펀드로 출시된지도 모르고 일반 펀드와 차별성 없이 운용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변동성이 큰 원자재, 신흥국 펀드가 연금 자펀드로 출시돼 최근 3년 성과 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또 수익률이 한때 급등, 유명세를 탄 펀드와 같은 전략으로 연금펀드가 출시돼 정작 투자자들이 가입한 이후에는 부진한 경우도 있다.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롱숏 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박스권 장세에서 절대수익 펀드로 알려져 뭉칫돈이 유입됐지만 정작 횡보장과 강세장 모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금펀드는 한 번 가입하면 교체하는 투자자가 거의 없어 자산운용사들에게는 꼬박꼬박 자금이 들어오는, 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금은 손실을 내지 않고 꾸준한 장기 수익률로 복리효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투자자들도 연금계좌를 방치하기 보다는 스스로 점검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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