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메리트에,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유가상승에, 업황까지 살아난다는 조선주, 그중에서도 그룹 후광으로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는 삼성중공업이 다음 투자 대상이 됐다.
삼성중공업은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올 들어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716억원에 달해 4년 만에 적자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증시에서는 삼성중공업 적자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사들이 원가 경쟁력으로 압박해오자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셰일가스 열풍으로 해양 탐사와 시추에 필요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봇물을 이뤘다.
삼성중공업은 이동식 해양시추선인 ‘드릴십’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무리한 수주 경쟁으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들과 함께 2015년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와 구조조정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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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양플랜트는 버리고 안정적인 상선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역시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손해 보는 수주를 해야 하는 저가 수주의 덫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을 놀라게 만든 충격적인 발표’ ‘되살아난 악몽’ ‘마지막 진통’ 등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 쇼크 이후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매도 의견을 낸 곳은 찾기 힘들다. ‘업황은 개선되고 있다’ ‘핵심 수주 움직임은 개선되고 있다'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해명만 즐비하다.
물론 증권사라고 해서 상장 회사의 내부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하게 전망이나 분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고백하는 게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 되지 않을까.
“투기도 아니고 증권사가 최선호주라고 추천한 대형주에서 원금 절반을 날릴지는 몰랐다”고 울분을 토하는 투자자가 김씨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