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재용 독대, 3번 아닌 4번?…안봉근 "정몽구·구본무도 독대"

머니투데이 박보희 김성은 기자 2017.12.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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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상보) 박근혜-이재용 '0차 독대' 놓고 법적공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 측이 이른바 '0차 독대'의 존재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2014년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의 단독 면담이 있었다"는 진술을 끌어냈지만, 이 부회장 측은 '0차 독대'가 담긴 문건의 오류를 지적하며 "문건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18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안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날 쟁점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그동안 알려진 세 차례의 독대보다 앞선 2014년9월12일에도 안가에서 독대했는지 여부에 집중됐다. 특검 측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직후 작성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 문건을 통해 이 날짜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월12일 당일 이 부회장이 안 전 수석에게 '통화가능통보' 문자를 2회 전송한 것으로 돼 있었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는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부정청탁이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에서는 처음 독대 자리였던데다 시간도 5분에 불과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최씨 지원을 거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반박해왔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0차 독대(1차 독대보다 앞섰다는 의미)'를 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 부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에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한 명씩 불러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 면담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여러 날에 걸쳐 여러 재벌 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특검 측의 "2014년 9월16일 오전 LG그룹 비서팀이 '구본무 회장이 내일 오후 4시30분까지 BH(청와대)에 도착하도록 준비하겠다'는 문자를 안 전 수석에게 보낸 것으로 볼 때 17일에 구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면담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나"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단독면담 안내 당시에는 정 회장 외 다른 어떤 분이 함께 들어왔다"며 "독대 직전 같이 나가있자 말씀 드리니 정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안 전 비서과는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이들과 면담한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했다.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면담한 사실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한 번 (면담한 것이) 기억난다"고 답했다. 안 전 비서관은 정확한 면담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차례 이 부회장을 안가로 안내한 기억은 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 수사에서 안 전 비서관의 휴대폰에서는 이 부회장의 연락처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안 전 비서관은 "전화를 건 적은 없다"면서도 '단독 면담 때 이 부회장이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줘서 혹시 필요할 것 같아 저장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면담한 시기와 대구혁신센터에서 면담한 두 시기가 근접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진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 문건의 오류를 지적하며 "부정확해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리스트가 부정확하다"며 리스트 중 오류로 보이는 내용은 정리해 공개했다. 변호인은 "확인하기 민망한 내용"이라며 "청와대 보좌관이 만든 것이 이렇다. 대통령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은 '안종범 수첩 등을 보면 9월 8일 VIP 기재 부분에 금요일(12일) 밑에 SK, 현대차가 쓰여있는데 12일에 단독면담하기로 한 것이 SK, 현대차그룹은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날짜마다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안 전 비서관이 대구혁신센터 개소식날 이 부회장의 명함을 받아 연락처를 저장할 수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안 전 비서관은 "(저장된 연락처가)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인지는 확인하지 않아 모른다"며 "다만 명함을 받았다는 것은 기억한다"고 답했다. '검찰이 메모나 휴대전화 내용 등을 보여주자 삼성도 단독 면담을 했나보다 추측성 진술을 한 것이 아니냐'는 변호인의 추궁에 안 전 비서관은 "시기나 날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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