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존 경영자 주도 기업회생 실효성 낮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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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 적용 기업 ROA, ROE 감소

이동걸(오른쪽)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9월 산업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자율협약과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이동걸(오른쪽)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9월 산업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자율협약과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기존 경영자가 법정관리인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DIP)’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DIP를 적용한 기업의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 (ROE) 등 성과 지표가 미적용 기업과 비교해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18일 발표한 ‘DIP 제도의 회생기업 경영성과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 “경영성과 측면에서 DIP 제도를 적용받은 기업들의 실적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일부 항목에서는 오히려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DIP 제도는 2006년 통합도산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6년 사이 법정관리가 결정된 1496개 기업 중 1277개(85.4%)에서 DIP가 적용됐다.

보고서는 자산, 매출 규모가 비슷한 기업 위주로 DIP 적용 이후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배율, ROA, ROE 등 지표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배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최 연구위원은 “DIP 적용 기업이 미적용 기업보다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배율이 확실히 높거나 낮다는 통계적 특징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ROA, ROE, 투자 관련 지표는 DIP 적용 이후 대부분 악화됐다.

최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DIP로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채무를 면제받았지만 기업회생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회생 신청 기업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DIP 제도 적용 기업의 경영성과가 뚜렷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DIP 제도가 입법 취지와 달리 채무탕감,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악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기업어음(CP) 판매, 2013년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 계열사 채무 변제, 2013년 동양그룹 5개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전 CP 판매 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채권자 협의회 기능 강화 △신용평가사, 투자회사 등의 채무자 감시 능력 향상 등을 개선 과제로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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