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머니투데이 과학문학상 중단편 가작
수상자 오정연 씨(39).
수상자 오정연 씨(39).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될 것이라는 식의 조언만큼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소망하던 일을 이루지 못한 것은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엔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인거라며, 힘든 게 당연하고 더 큰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식의 위로에 반기를 든 작가가 있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안 되는 걸 되게 하기 위해 너무 애쓰다보면 오히려 사람이 망가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조건 매사에 열심을 기울이라는 말보다, 힘들면 때로 좀 놔버려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건 허무주의와는 다른 것이죠."
"천상 문과생인 탓에 문외한이었던 천체물리학, 우주, 인류의 역사 등을 이해하려 애쓸 때 찾아오는 경이감이 좋았어요. 고대에는 예술과 과학이 구분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SF는 그런 예술/과학의 본질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요."
SF소설의 '독자'였던 정연씨가 '작가'로의 시도를 결심한 데에는 모국어에 대한 갈증이 크게 작용했다. 영화전문지에서 기자로 일하던 중 필름의 보존관리 분야에 매력을 느껴 유학을 결심,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석사를 마치고 싱가폴로 건너가 강단에 서기까지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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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간 해외에서 끝내 익숙해질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며 늘 부족감을 느꼈어요. 모국어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육아를 시작하고 보니 자아의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자기표현욕구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얻게 돼 기쁩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땐 두려움도 컸지만 지금은 욕심도 생겼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영화기자로 써오던 논픽션과 달리 픽션은 작가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는 비율이 높기에, 지금으로선 사람들에게 저를 보인다는 게 부끄럽고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쓴 소설이 독자들을 만날 좋은 기회를 얻고 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고픈 욕심도 생겼죠. 마침 SF영화를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일에도 매력을 느껴 두 가지를 꾸준히 병행하고 싶습니다. SF적 상상력과 현실 사이가 워낙 좁은 시대이다 보니 학생들과의 토론은 후배세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