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보다 강한 호재···강남 재건축 고공행진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7.12.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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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안 통과 등 사업 본궤도 오르며 가치 상승, 잠실주공5·은마아파트 등 몇달새 수천만원 상승

규제보다 강한 호재···강남 재건축 고공행진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유명 재건축 추진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은 A씨는 언성을 높였다. 두 달여 전인 9월 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직후 시세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매수자가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집값이 억소리 나게 뛰었다"고 한탄했다. 주변 중개소에 따르면 A씨가 매도한 아파트와 동일한 평형의 현 시세는 9월보다 1억6000만원이나 올랐다.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등 고강도 규제에도 초고층 재건축 건립안 통과 등 호재와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시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17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현대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분류되는 주요 단지들의 매매가격이 최근 몇 달새 수천만원 급등하며 과열 징후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51㎡는 지난달 사상 최고가인 17억63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달 동일 평형이 각각 17억5000만원, 17억4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하는 등 손바뀜도 빈번했다. 이는 지난 10월 역대 최고가(17억3000만원) 기록을 모두 웃도는 금액이다. 단지는 지난 9월 50층 초고층 주상복합 건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시세가 치솟았다.



은마아파트 전용 84.43㎡의 경우 지난달 사상 최고가인 16억원에 무려 5채가 팔렸다. 이 역시 10월에 경신한 기존 역대 최고가(15억8500만원)를 넘어선 금액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기존 49층 초고층 재건축안의 도계위 통과가 여의치 않자 10월 주민투표를 거쳐 층수를 35층으로 낮춰 사업속도를 앞당기는 쪽을 택했다. 초고층 건립은 무산됐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매매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 기류를 탔다는 분석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5차 전용 82.23㎡ 역시 지난달 2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종전 최고가였던 6월 19억7000만원보다도 7000만원이나 비싼 금액이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 115만㎡를 묶는 '통합 재건축 가이드라인'인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을 마련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입지 여건상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높아 장기적인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수요가 뒷받침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추가로 택지개발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어 공급 부족에 따른 강남 재건축 시장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4월부터 적용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악재가 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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