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도발 위기 상황, 대담한 ‘특수작전’ 필요한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12.16 06:15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대담한 작전’…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한반도 도발 위기 상황, 대담한 ‘특수작전’ 필요한가


지난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한 뒤 조선중앙통신은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얼핏 보면 이 ‘대담한 작전’은 그럴듯하다. 미국과 일본 앞에서 대놓고 미사일을 시험한 행동은 강대국을 향한 약소국의 도발이라는 점에서 ‘대담’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 용어는 부적절하다. 그에 따르면 대담한 작전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특수작전의 의미로 쓰인다.



특수작전은 투입된 자원에 비해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능력이 있는 소규모 부대가 좁은 지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수행하는 전투작전을 말한다. 말하자면 은밀한 전투방법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커지는 것도 ‘대담한 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한창 전쟁을 벌일 때 이 책을 집필했다. 상대방 모두 진행한 군사 작전 중 획기적인 전기가 된 것은 대부분 특수작전이었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조직들은 이스라엘의 인구 밀집지역과 국가적인 상징을 콕 집어서 공격했고,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사령관, 정치인을 납치하거나 암살했다.

책은 기사도 시대인 1100~1550년에 시행된 특수작전, 1098년 십자군 전쟁부터 1536년 프랑스-합스부르크 전쟁까지의 특수작전 등 지금보다 한참 먼 얘기들을 다루고 있지만, 정치 현실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수작전을 펼치는 가장 큰 동기는 국가의 상징적 의지와 군사적 능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 적들의 입장에선 특수작전으로 소수의 민간인을 납치하는 것을 가치 있는 목표로 뒀다. 특수작전은 국가의 남성적 이미지가 크게 녹아 있어 작전이 성공하면 국민의 사기가 높아지고, 실패하면 정규작전 실패보다 사기가 더 떨어진다.


기사도 시대에 특수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은 ‘변덕의 제왕’이었다. 병사와 장교는 말할 것도 없고 분대 전체가 전쟁을 하다말고 반란을 일으키거나 아예 다른 진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 계절에는 이쪽 군주를 위해 싸우다가 다음 계절에는 반대편 군주를 위해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6세기 군대는 거대한 규모의 ‘의자 뺏기 놀이’ 같았다.

특수작전으로 적 지도자를 죽이거나 납치한다면 중요 방어거점을 점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지휘관의 충성심을 묶어주는 인물이 사라짐으로써 적의 군대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암살과 납치의 가장 큰 약점은 불명예스러운 싸움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시를 지배하는 정치문화의 약점을 온전히 이용하는 한편, 그 문화 전체를 약화하는,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의 전형이었다.

암살과 납치에 성공하면 엄청난 보상을 얻지만 바로 모든 사람이 그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어 정치질서가 변하고 모든 통치자에게 달갑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른 나라보다 더 암살에 의존했던 중세의 중동과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안정적인 왕조와 영지를 찾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수작전은 내전에서도 끔찍한 본보기로 활용됐다. 영국의 남자 반역자들은 1241년부터 교수형 뒤 시체를 조각내는 벌을 받았다. 반역자는 교수형을 집행하되 목이 부러져 죽기 전에 줄을 끊어 아래로 내린 뒤 아직 살아있는 생식기를 잘라 그의 눈앞에서 불태운 다음, 창자를 끄집어내고 목을 벤다. 그리고 목 없는 시체를 다시 네 조각으로 자른 뒤 공공장소에 전시해 왕의 법과 힘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한반도의 현실에서도 ‘특수작전’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현실적 타개책이냐 재앙 수준의 오판이냐를 두고 설전이 오가면서도 여전히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토머스 무어의 ‘유토피아’에서 유토피아인들이 ‘가성비’로 가장 추천한 전쟁 해결방식이 자그마한 위안을 줄지 모르겠다.

“암살로 대규모 전쟁을 해결하는 것은 지극히 분별 있는 일이며 죄를 지은 소수의 목숨으로 수천의 무고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인간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담한 작전=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440쪽/1만8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