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에 이룬 꿈…미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모지스 할머니'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12.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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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80에 이룬 꿈…미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모지스 할머니'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14쪽)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이라고 칭한 애나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67점과 글을 엮은 자전적 에세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총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할머니의 그림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는 약 1억 장이 팔리며 '열풍'을 만들어냈다.

할머니는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 92세에 자서전을 출간, 93세에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TV, 라디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의 삶을 다뤘다.



모지스 할머니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860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12살에 가정부 일을 시작해 15년 간 일했다. 남편과 결혼한 이후에는 농장 아낙으로 살며 열 명의 아이를 뒀지만 그 중 다섯 아이가 사망했다. 할머니는 자녀를 모두 결혼시킨 76세의 나이에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할머니의 그림에는 그가 겪어온 삶의 아픔과 따스함이 모두 녹아있다. '시럽 만들기'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숲에서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시럽을 만들던 경험이, '사과 버터 만들기'에는 밤 늦게까지 온 가족이 버터를 만들던 기억이 담겼다.

할머니의 그림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록 미국 화단과 평단에서는 이를 외면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민속미술 부흥과 함께 예술로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림을 그릴 뿐, 세간의 평가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을 쓰기에는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 그보단 다음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수오서재 펴냄. 288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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