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도 비트코인 '영향권'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12.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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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반도체 수요 감소에도 가상화폐 채굴기 수요가 D램 가격 지탱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가상화폐 채굴기(가상화폐 생성 전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18년 메모리 가격에 대한 시장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도 비트코인 '영향권'


13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3만9000원(1.50%) 내린 256만6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도 1.29% 하락했다.



전일 기준 메모리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DDR3 D램 현물 가격은 전월대비 2.0% 하락했다. DDR4 D램 현물 가격은 0.4% 하락, 보합세를 보였다. 각각의 연초대비 상승률은 40.5%, 75.2%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낸드 플래시 현물 가격은 전월대비 3.5% 하락하며 3분기 초부터 시작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대체로 D램은 견조했지만 낸드가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계속됐다.



최근 투자자들은 중국 IT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하반기 중국의 PC 및 스마트폰 수요가 큰 폭으로 둔화돼 노트북, 데스크탑 판매량과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감해서다. 미국에서도 PC 출하 부진이 뚜렷해지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PC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현물 시장의 PC D램 현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가상화폐 채굴기에 들어가는 D램 판매량이 급증하며 D램 가격을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현물시장 딜러들에 따르면 PC에 들어가는 D램 수요는 매우 약하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기에 들어가는 D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PC D램 판매량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채굴기는 해당 화폐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따라 복잡한 연산을 반복 수행하는 대가로 화폐를 얻기 때문에 대량의 D램이 필요한 일종의 컴퓨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막대한 양의 D램이 필요한 가상화폐 채굴기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IT 인프라 및 기업용 수요의 증가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수요가 꺾이지 않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굴기 D램 수요는 가상화폐 가격에 연동될 전망이다. 송 연구원은 "향후 D램 현물 가격은 최근 논란이 되는 가상화폐 가격 동향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D램 가격이 가상화폐 가격과 함께 요동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다.

한편 최근 다수의 한국 IT 기업과 미팅을 가진 도이치뱅크는 2018년 메모리 가격 흐름이 낙관적이라는 전망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승훈 도이치뱅크 리서치센터장은 "서버, 모바일 D램 수요에 힘입어 2018년 1분기에도 D램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2018년 1분기 갤럭시S9이 모바일 D램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8년 1분기에 낸드 가격은 소폭 하락할 수 있지만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낸드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낸드 부문 전망을 낙관하는 곳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가상화폐 채굴기=가상화폐는 해당 화폐의 프로그래머가 짜놓은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따라 연산을 수행한 대가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가상화폐를 얻는 과정을 광산업에 빗대 '채굴한다'고 한다. 이런 연산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컴퓨터를 '채굴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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