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상화폐 해커, 강도보다 무섭다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7.12.1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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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 이어져…보안업계조차 '독이 든 성배'로 인식

“가격 폭락도 문제지만 그 전에 도둑맞지 않을까부터 걱정해야 할 판국입니다.”

가상화폐 투자 과열 현상을 지켜보며 보안업계의 인사가 한 말이다. 최근 국내 보안 전문기업들이 모여 내년도 보안 전망을 하는 자리에서도 가상화폐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의 해킹이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걱정스러운 점은 일반 은행이 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이다.



우선 가상화폐 거래소를 노리는 해커들은 은행 강도와 달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스템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강도가 은행 지점에 있는 현금을 탈취해 가는데 그쳤다면 해커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고객 계좌정보를 관리하는 직원들을 표적으로 삼아 악성메일을 보낸 뒤 직원이 첨부파일을 열어 컴퓨터를 감염시키면 어렵지 않게 다수 개인들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 내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겨냥한 랜섬웨어 공격이 늘 뿐 아니라 거래소를 사칭한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공격 수법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그 피해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에 강도가 들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만 해커가 거래소를 침입하면 누구도 선뜻 도와주기 쉽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다. 보안업계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독이 든 성배’처럼 여겨진다. 고객사를 많이 확보할수록 레퍼런스가 쌓여 좋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같은 경우 해커들의 1순위 공격 대상인데다, 사고 날 경우 피해가 워낙 커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제도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보안 지침이 명문화되지 않고선 개인 투자자는 물론 거래소 운영자나 보안회사 그 누구도 위험을 감당해 내기 어렵다. 가상화폐 거래소 해커들이 강도보다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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