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의 길위의 편지]이스탄불의 명소 돌마바흐체 궁전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2017.12.09 12:15
글자크기
돌마바흐체 궁전의 제1문/사진=이호준 여행작가돌마바흐체 궁전의 제1문/사진=이호준 여행작가


성소피아 성당, 블루모스크, 지하궁전 에레바탄, 히포드롬… 여행자들이 찾는 터키 이스탄불의 대표적 명소들이다. 이곳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유럽 쪽 구시가지에 함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탄불까지 갔다면 돌마바흐체 궁전을 빼놓고 올 수는 없다.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아름다운 곳이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갈라타 다리를 건너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올라가는 신시가지에 있다. 이 궁전은 바다를 메우고 정원을 조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처음부터 궁전이 들어서 있었던 건 아니고 17세기 초 아흐메드 1세가 정자를 짓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돌마바흐체라 불렀다. 하지만 1814년 화재로 모두 불타버리고 지금의 건물들은 1856년에 완공한 것들이다. 차에서 내려서 궁전 본관까지는 한참 걸어야 한다. 화려한 문도 두 곳이나 통과한다. 다른 오스만 건축양식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유럽풍인데 무척 호화롭다. 분수대가 있는 연못 앞에 서서 바라보는 궁전의 풍경은 무척 매력적이다.

연못 앞에 서서 바라보는 궁전/사진=이호준 여행작가연못 앞에 서서 바라보는 궁전/사진=이호준 여행작가
궁전 입구에서는 덧신처럼 생긴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준다. 신발에 씌우라는 뜻이다. 입장하는 인원도 적절히 시간차를 두어서 복잡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궁전은 바깥보다 내부가 더욱 화려하다. 곳곳의 천장마다 걸려있는 샹들리에는 눈을 휘둥그레 하게 할 만큼 크고 호화롭다.



이 궁전을 지을 때 내부 장식에만 총 14t의 금과 40t의 은이 사용됐다고 한다. 총면적은 1만5,00m²인데 궁전 내부에는 남성만 들어갈 수 있는 셀람륵과 황제 외에 남성의 출입을 금했던 여성의 영역 하렘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렘지역은 파란방이라고 부른다. 방은 총 285개고 홀이 43개인데 그밖에도 68개의 화장실과 11개의 목욕탕이 있다. 바닥에 깔린 수직 양탄자의 넓이는 4,455m²나 되며 벽에는 600점이 넘는 명화가 붙어있다. 많은 때는 5,320명이 살았다고 한다.

황제 일가의 일상생활도 엿볼 수 있다. 궁전 내에는 황제의 아이들을 가르치던 작은 학교도 있고 선생님들을 위한 교무실도 있다. 또 궁전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유럽에서 보내왔다는 수많은 보석과 도자기, 그릇들이 눈부시다. 거북 껍질로 만든 수저도 있다. 거대한 곰 가죽은 러시아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대리석처럼 생긴 기둥은 진짜 대리석이 아니다. 밤나무에 석회를 바르고 대리석처럼 칠한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다. 정말 감쪽같다.

거대한 시계 옆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다. 시계바늘은 9시5분에서 멈춰 있다. 태엽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멈춤’이다. 이 궁전을 완공한 뒤 이곳에서 살았던 오스만 황제들은 모두 6명이었다. 터키공화국이 출범하고 난 뒤에는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이스탄불 집무실로 쓰였다. 그는 1938년 11월 10일 9시 5분 집무 중에 이곳에서 사망했다. 건국의 아버지인 그를 기리기 위해 궁전의 모든 시계들은 9시5분에 멈춰져 있다.


그랜드 홀에 들어서면 관람 코스가 거의 끝나간다는 뜻이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안내인이 눈을 감으란다. 그리고 자신이 하나 둘 셋을 세면 눈을 뜨고 천장을 보란다. 셋을 세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탁 트인 공간에 엄청나게 큰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이 유명하게 된 것은 이 거대한 샹들리에도 한몫을 했다. 36m 높이에 매달려있는 이 수정 샹들리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한 것이라는데 무게만도 4.5t이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750개의 등이 달렸는데 1912년까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수백 개의 촛불을 켰다고 한다.

이 방에는 재미있는 게 또 하나 있다. 원래 천장은 삼각형인데 그림으로 동그란 돔처럼 만들었다. 일종의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대형 연회가 열렸는데 2층에는 연주자들의 자리가 있다. 지금은 주로 결혼식장으로 대여된다고 한다. 물론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에 2~3회 정도 아랍의 부호들이 거액을 주고 빌려 쓴다.

문 하나 사이를 두고 바다로 이어진다/사진=이호준 여행작가문 하나 사이를 두고 바다로 이어진다/사진=이호준 여행작가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돼 있는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오면 바로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눈이 시원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바다에 푹 빠져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는 가슴에 꿈의 씨앗 하나쯤은 파종하고 갈 일이다. 여행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이스탄불의 명소 돌마바흐체 궁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