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마바흐체 궁전의 제1문/사진=이호준 여행작가
연못 앞에 서서 바라보는 궁전/사진=이호준 여행작가
황제 일가의 일상생활도 엿볼 수 있다. 궁전 내에는 황제의 아이들을 가르치던 작은 학교도 있고 선생님들을 위한 교무실도 있다. 또 궁전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유럽에서 보내왔다는 수많은 보석과 도자기, 그릇들이 눈부시다. 거북 껍질로 만든 수저도 있다. 거대한 곰 가죽은 러시아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대리석처럼 생긴 기둥은 진짜 대리석이 아니다. 밤나무에 석회를 바르고 대리석처럼 칠한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다. 정말 감쪽같다.
거대한 시계 옆을 지나다 걸음을 멈춘다. 시계바늘은 9시5분에서 멈춰 있다. 태엽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멈춤’이다. 이 궁전을 완공한 뒤 이곳에서 살았던 오스만 황제들은 모두 6명이었다. 터키공화국이 출범하고 난 뒤에는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이스탄불 집무실로 쓰였다. 그는 1938년 11월 10일 9시 5분 집무 중에 이곳에서 사망했다. 건국의 아버지인 그를 기리기 위해 궁전의 모든 시계들은 9시5분에 멈춰져 있다.
그랜드 홀에 들어서면 관람 코스가 거의 끝나간다는 뜻이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안내인이 눈을 감으란다. 그리고 자신이 하나 둘 셋을 세면 눈을 뜨고 천장을 보란다. 셋을 세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탁 트인 공간에 엄청나게 큰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이 유명하게 된 것은 이 거대한 샹들리에도 한몫을 했다. 36m 높이에 매달려있는 이 수정 샹들리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한 것이라는데 무게만도 4.5t이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750개의 등이 달렸는데 1912년까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수백 개의 촛불을 켰다고 한다.
이 방에는 재미있는 게 또 하나 있다. 원래 천장은 삼각형인데 그림으로 동그란 돔처럼 만들었다. 일종의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대형 연회가 열렸는데 2층에는 연주자들의 자리가 있다. 지금은 주로 결혼식장으로 대여된다고 한다. 물론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에 2~3회 정도 아랍의 부호들이 거액을 주고 빌려 쓴다.
문 하나 사이를 두고 바다로 이어진다/사진=이호준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