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폐체제' 유로가 유로존 위기 불렀다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2017.12.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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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유럽 위기는 공동화폐체제 탓"…'유연한 유로' 시스템 제시

'공동화폐체제' 유로가 유로존 위기 불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유로존을 강타했다. 2010년 그리스·아일랜드, 2011년 포르투갈, 2012년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을 면치 못했다. 청년 절반이 실업에 내몰린 그리스를 비롯, 유로존 회원국들의 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쳤다. 위기는 경제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스에선 극우파가 선거에서 선전을 거뒀으며, 바르셀로나를 둘러싼 카탈로니아 지역에선 지방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무엇이 이토록 유로존을 흔들어 놓은 것일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특정 국가의 방만한 재정운영 혹은 낮은 교육수준 탓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이 모든 것이 '유로화'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고정된 환율과 단일한 이자율을 갖는 단일 화폐 체제가 갖는 문제점을 명쾌하게 꼬집는다.



세계적인 석학답게 저자는 그간의 유로존을 둘러싼 데이터와 논리로 주장을 펼친다. 한때 잘나가던 핀란드마저 유로존 가입 후 믿기 힘든 실업률(9.3%)을 기록하고 올해 1인당 GDP가 10년 전의 93%에도 못 미치는 등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는 당초 위기 국가들의 취약한 상태가 원인이었다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유럽의 연대 수준에서 고정환율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유연한 유로'를 제안한다. 저자가 고안한 대담하고 새로운 시스템이다. 각국이 유로화로 교역하되 그리스-유로, 키프로스-유로, 독일-유로가 동등한 가치로 교환되지 않는 통화제도다. 일각에선 눈앞의 일부 경제지표만으로 유로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스티글리츠의 시각처럼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점점 더 깊숙이 연결되어 가는 세계경제에서 그의 통찰력이 담긴 지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로 =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박형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552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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