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급락…강세장 끝물 논란=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 코리아 지수는 올해 신흥시장에서 수익률 최상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수익률이 기록적이었기 때문에 2018년을 앞두고 시장에선 불안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2018년 코스피 기업 이익 모멘텀이 제한적일 경우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거나 상승폭도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KB증권은 역대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5% 이상 급락했거나, 코스피 대비 3.5%포인트 이상 급락한 경우를 분석해 펀드매니저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의 급락은 주로 강세장 랠리의 중반 또는 후반부에 일어났고, 이후 삼성전자는 주도주의 왕좌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주가 흐름을 볼 때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주도주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으나 코스피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도주에서 내려온 다음에 증시에서는 주가가 훨씬 많이 오르는 다른 주도주가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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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삼성전자가 가파른 주가 상승 후에 급락하면서 주도주 지위를 잃은 뒤에는 다른 주도주가 등장했고, 주가 상승폭이 더 컸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의 조선, 기계, 2010년의 자동차 및 정유화학 그리고 2015년의 화장품이 그 주인공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급락을 강세장의 종료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차기 주도주는 2017년 못난이주?=반면 이날 증시에서는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이 강세를 나타냈다. 현대차 (250,000원 ▼2,500 -0.99%)와 현대모비스 (244,000원 ▲500 +0.21%)가 각각 2.49%, 3.80% 올랐고 정부 규제로 기를 못 펴던 LG유플러스 (9,750원 ▼30 -0.31%)와 SK텔레콤 (51,000원 ▼100 -0.20%)도 각각 4.53%, 3.13% 상승했다.
전일 JP모간은 2018년 한국 증시 전망을 내며 내년에는 올해 주가가 부진했던 업종이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 수 있다고 판단했다. JP모간은 2018년 유망업종으로 소비재 인터넷 게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철강 에너지를 꼽았는데 이 가운데 2017년 주가가 부진했던 대표 업종은 자동차다.
특히 JP모간은 2018년 현대·기아차의 중국 매출이 신차 모델 확장과 한중 관계 개선에 힘입어 회복되며 2018년이 이익 회복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모간스탠리도 현대차가 경영진 쇄신으로 2018년에는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며 향후 30일간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JP모간과 모간스탠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변경된 가운데 업계 펀드매니저들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섣불리 IT주를 매도하기에는 다른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오늘 장 흐름만 보고 한국 증시의 주도주가 IT에서 다른 업종으로 바뀐다고 예단할 수 없다"면서 "다만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고 헤지펀드의 북클로징(연간 결산) 시즌을 맞아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