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깨비' 넷플릭스서 본다…비상하는 드래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11.27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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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스튜디오드래곤, 두 개의 여의주(넷플릭스 협업+중국 판권 판매 재개) 쥔 한류 대표주자

국내 최대 규모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40,850원 ▼50 -0.12%)이 24일 화려한 증시 신고식을 치렀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58% 높은 5만5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29.84%) 7만1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3만5000원)에 공모주를 청약한 투자자가 종가에 주식을 던졌다면 단박에 105.1%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상장 첫날 화끈한 주가처럼 스튜디오드래곤은 한한령(중국의 한류 금지령)이 해빙되는 시기, 증시에 입성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인기 드라마 '마블'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유통시킨 디즈니처럼, 글로벌 킬러 콘텐츠를 제공할 대한민국 대표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제2의 도깨비' 넷플릭스서 본다…비상하는 드래곤


◇한류를 만든 그들이 모인 스튜디오드래곤=CJ E&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TVN, OCN을 비롯해 지상파, 종편 등에 편성되는 드라마를 외주 제작하는 국내 1위 드라마제작사다. 2007년부터 드라마 제작을 시작했으며 CJ E&M 방송사업부로 출발, 2016년 5월에 분사해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20%(2016년 기준)다.

2017년 상반기에는 TVN, OCN 시청률 1위 드라마 '도깨비'와 '터널'을 제작했고 SBS 시청율 2위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도 만들었다. 대표작으로는 2014년 방영된 '미생'을 비롯해 '도깨비' '굿와이프' '푸른바다의 전설; '품위있는 그녀' 등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제작사 3개(문화창고, 화앤담픽쳐스, KPJ)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문화창고와 화앤담픽쳐스는 판타지와 트렌디 드라마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했고 KPJ는 '대장금'으로 유명한 사극 강자다. 한류 주역인 이들 제작사가 보유한 크리에이터(작가, 연출자)들이 스튜디오드래곤의 핵심 경쟁력이다. 핵심 크리에이터 수는 133명(작가 64명, 연출 35명, 기획 34명)에 달한다.

주 사업은 드라마 기획과 제작, 판매 그리고 부가 판권 유통과 간접광고다. 해를 거듭할수록 드라마를 제작해 방송사에 편성하는 매출보다 국내외 유통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드라마 판매 매출이 45.8%로 편성 매출 비중(34.3%)을 뛰어넘었다. 작년 하반기의 경우 편성 매출 40%, 판매 매출 39.8%를 기록했다. 간접광고 등 기타 매출은 20% 수준이다.

◇디즈니 버금갈 미디어 콘텐츠 회사 꿈꾼다=넷플릭스가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를 유통시키면서 대박을 냈듯,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 유통될 날도 멀지 않았다. 과거 제작사는 드라마를 팔 곳이 지상파에 그쳤고 저작권 또한 방송사가 독점해 철저히 '을'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내 시장에서는 종편, 케이블채널과 온라인·모바일 드라마 수요처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공룡 등장으로 드라마 제작사의 지위가 격상되고 있다. 콘텐츠 질이 결국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양질의 드라마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와 드라마 콘텐츠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갖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드라마 시장 주도권이 방송사에서 드라마제작사로 이동하게 됐다. 특히 글로벌 미디어 공룡인 넷플릭스를 통한 드라마 유통과 공동 제작은 아시아에서 인기있는 '킬러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상장 당시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는 "글로벌 프로젝트 중 가장 먼저 가시화되는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와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는 것은 국내 드라마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으로 제작비도 더 공격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와의 공동 드라마 제작은 올해 아이템을 선정해 내년에 제작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4차산업혁명 선두주자로 꼽히는 넷플릭스와의 공동 드라마제작이 성공한다면 스튜디오드래곤은 타임워너·디즈니에 못지 않은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첫 발을 디딜 거란 평가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넷플릭스와 공동 제작시 판권은 넷플릭스에 귀속되지만 제작 마진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아마존과도 일본 내 드라마 유통을 협의 중이어서 해외 매출액의 급격한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제작사가 판권의 30~40%만 보유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국내외 해외 판권 100%를 소유해 타 드라마제작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판권 100%를 소유했기에 CJ E&M에 지불하는 판매수수료(신한금융투자 추정치 15%)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가능한데, 올해 방영된 '도깨비'의 경우 수익률이 61%에 달했다.

◇'도깨비' 중국에 수출된다면…=한한령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난해와 올해 중국 매출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17년 해외매출액은 622억원(신한금융투자 추정치)으로 전년대비 40.8%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 같은 성장을 견인한 것은 중국이 아닌 일본, 베트남, 대만, 태국이었다.

한한령으로 인기 드라마 '도깨비'와 '푸른바다의 전설'은 판권을 수출하지 못했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중국향 판권 가격이 1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수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의 악재가 내년의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로 수출길이 막혔던 드라마들이 한-중 해빙기를 맞아 수출에 성공할 경우 중국 수출 성장판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어서다.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콘텐츠의 해외 판매단가가 지속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판권 판매가 재개될 경우 2018년 실적 상단은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되는 2018년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은 2017년 대비 37.5% 증가한 3855억원, 영업이익은 51% 증가한 699억원으로 예상된다"며 "드라마 제작 편수 증가, 중국 판권판매 재개,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오리지널 드라마 1편 제작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22.6%를 기록했고 올해는 26.9%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 측과 KTB투자증권 추정에 따르면 2018년 예상 해외매출액 비중은 29.7%로,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74억원, 2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와 유사했으나 영업이익은 이미 2016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도깨비', '푸른바다의 전설' 매출이 인식됐고 상반기 '듀얼' '비밀의 숲' '품위있는 그녀'의 실적도 일부 반영돼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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