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60배 바이오株 '투자 광풍'…IT버블 붕괴 재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11.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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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버블은 아니나 단기 과열...조정 오겠지만 장기적 우상향은 유효"

#최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홈페이지는 신라젠 강성 주주들의 동시 접속으로 사이트가 마비됐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주가가 급등한 신라젠에 숏포지션(공매도)을 취했다는 소문이 돌자 강성 주주들의 항의성 방문이 집중된 것. 현재 신라젠은 거래량의 90%를 개인 주주가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열광적인 '강성 주주'를 중심으로 바이오주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며 단기 과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 나타났던 코스닥 IT버블처럼 '바이오 대장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만 단기적 변동성 확대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PER 60배 바이오株 '투자 광풍'…IT버블 붕괴 재현?


22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8.48포인트(1.07%) 내린 780.90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 매도에 이틀 연속 10년 최고가를 경신한 뒤 일부 조정이 나타났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 (179,800원 ▲100 +0.06%)이 3.19% 내렸고 3,4위 신라젠 (4,500원 ▼25 -0.55%)과 티슈진도 각각 13.36%, 8.89% 급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보합에서 +10%까지 올랐다 다시 보합권까지 밀린 뒤 1.61% 오른 8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제약도 강보합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장중 -10% 넘게 하락했다 -7.97%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밖에 일 주가 변동폭이 10%포인트 넘는 바이오주가 속출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강성 주주가 많다는 것은 해당 주식에 확신을 가진 투자자가 많다는 것으로 주가 상승의 전조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개인 투자자가 거래대금을 일으키는 이런 상황은 전형적인 변동성 장세로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대장주이자 이번 바이오주 랠리의 중심에 선 셀트리온의 2017년 예상실적(와이즈에프엔 컨센서스)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66배다. PER이 66배라는 뜻은 셀트리온이 지금 수준으로 돈을 버는 상황에서 이 기업을 현 주가에 인수한다면 원금을 회수하는데 66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은 셀트리온의 성장 잠재력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의 시장점유율이 1.6%에 불과한 미국 시장에서 2018년부터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기대감에 불을 지펴서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200만원이 비싸다고 했던 때가 있었다"며 "램시마의 미국 시장 공략 본격화와 트룩시마의 유럽 판매 호조를 고려하면 2019년까지 고성장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주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바이오 업종의 기업가치분석은 제조업이나 금융업 등 타 업종과는 다른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약 개발 이전까지는 사실상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고PER가 불가피해서다. 때문에 적자인 신약개발 기업 신라젠의 경우 사실상 PER 계산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운용하는 한용남 D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일단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엄청난 흑자로 돌아선다"며 "PER이 낮은 주식이 좋다는 상식은 적어도 신약개발 기업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과 비교하자면 지금의 바이오 랠리는 대장세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장주 셀트리온의 경우 아직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목표가 평균(20만7412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직 버블을 얘기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증권가에서는 바이오주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것은 사실이나 임상 결과와 실적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시장이 그 가치를 너무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한국 바이오업종은 내년에 한미약품, 바이로메드 등 미국 임상 3상 결과가 차례로 발표되며 상승 모멘텀이 여전한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셀트리온 등 일부 종목의 주가 상승이 매우 가팔랐기에 단기적 조정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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