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포항지진 피해 학교들 '석면 오염' 우려"

뉴스1 제공 2017.11.17 17:25
글자크기

항구초·홍해중 등 2개교 바닥·쓰레기통 등에서 발견
"휴교 연장 필요…먼지까지 안전하게 씻어내야"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17일 오전 포항 홍해중학교 교실의 석면천장재가 지진으로 인해 파손돼 교자재와 뒤엉켜 있다.(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017.11.17/뉴스1 © News117일 오전 포항 홍해중학교 교실의 석면천장재가 지진으로 인해 파손돼 교자재와 뒤엉켜 있다.(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017.11.17/뉴스1 © News1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영향으로 포항지역 242개 학교 중 200곳이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일부 학교가 석면으로 된 천장재로 인해 오염됐다는 사실이 환경단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7일 "지진으로 학교 교실과 복도 석면 천장재가 파손돼 학교 교실과 복도 바닥 곳곳이 석면으로 오염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다음주 휴교 해제 전에 석면안전조치를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포항환경운동연합, 전교조 경북지부가 이날 공동으로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 포항 시내에 위치한 항구초등학교와 진앙지에 인접한 홍해중학교 등 2곳에서 석면 피해가 확인됐다.



항구초등학교의 경우 2층 보건교육실과 4층 강당 바닥 및 쓰레기통 등에서 석면천장재 조각과 먼지가 발견됐다. 최근 비석면 자재로 교체한 1, 3층 복도와 교실 천장에서는 파손 부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홍해중학교의 경우 4층 사회과·국어과 미디어실 복도와 벽면이 지진으로 갈라진 가운데 석면천장재가 바닥과 창틀에 떨어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4층 2학년 회의실의 경우 교실 뒤쪽과 옆쪽의 석면천장재가 떨어져나가 책상 위의 교육 기자재들 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6년 비석면 자재로 교체한 1, 3층은 천장재 상황이 양호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일부터 휴교를 해제하고 학생들이 등교할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교실과 복도가 이처럼 석면 천장재로 오염된 상황"이라며 "교사와 학교 직원들이 안전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고 석면 폐기물을 교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어, 작업자들이 석면 먼지에 노출되고 교실의 석면이 다시 날아오르는데다 쓰레기통이 석면에 오염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석면을 제거할 때 단순히 눈에 보이는 큰 조각만을 걷어내는 것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도 안전하게 씻어내야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빗자루로 쓸거나 전기청소기를 사용하는 대신, 방진복·방진마스크·신발덮개·장갑 등을 착용한 뒤 석면 조각을 하나하나 걷어낸 후 일회용 물티슈로 닦아내는 방법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이같은 조치를 4번 정도 실시한 뒤에는 환기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석면 오염을 정화하고 석면을 제거하지 못하면 휴교를 연장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교실을 사용해야 한다면 틀어지고 깨진 석면 천장 부위에 판자를 대거나 이중으로 비닐을 치는 등 임시안전조치를 통해 추가로 석면이 떨어져나오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학교의 석면자재를 이번 겨울방학에 모두 철거해야 한다"며 "이미 틀어지고 깨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석면 오염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석면이 떨어지면서 안전사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불에 타지 않는데다 단열효과도 있어 건축물의 내화재와 내장재로 널리 쓰였다. 그러나 석면 섬유를 흡입할 경우 폐암 등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2007년 이후 한국에서도 사용이 금지됐다.

이들은 "학교 건물뿐만 아니라 일반 건축물도 석면천장재 때문에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포항시 등 자치단체와 환경부가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