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文대통령이어서 할 수 있었던 말 "교전수칙 어떻게 되냐"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7.11.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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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JSA 교전수칙 문제제기·사격술 등 특전사 만기제대 경험 드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기간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기간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사진=뉴스1


북한군 병사가 지난 13일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 이곳 교전수칙이 논란이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이 새삼 주목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중 "교전수칙이 어떻게 돼 있느냐"며 정전협정상 교전수칙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특전사 병장으로 만기제대, 사병의 눈높이로 군을 경험했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의 군에 대한 시각과 공감대가 크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를 조준해서 사격한 게 아니라 하더라도 아측(우리측)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거기에 대해서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의 평균적 생각이 아니겠느냐"고 참모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이곳은 유엔사 관할이어서 한국정부나 한국군이 임의로 교전수칙을 고칠 수 없다. 그럼에도 '대응사격'에 대한 문 대통령 시각은 국민적 공감을 낳았다. 실제 문 대통령 언급은 적극적으로 수칙개정을 지시했기보다 국민감정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귀순 당시를 찍은 CCTV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군 일부가 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것으로 추정할 정황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군이 '교전'까진 아니라도 상응하는 대처를 했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 지적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6월24일, 6.25 발발일을 앞두고 특전사 공수1여단을 방문, 소총 사격 자세를 보였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6월24일, 6.25 발발일을 앞두고 특전사 공수1여단을 방문, 소총 사격 자세를 보였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 대통령은 유독 군 관련 에피소드가 많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으로는 드물게 현역병으로, 게다가 훈련과 근무가 힘든 특전사를 겪은 영향이다. 2015년 소총을 들고 조준하기 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시 쳐다보는 자세로 화제가 됐다.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인 특전사 제1공수 특전여단에서다. 네티즌 사이에선 이렇게 하면 동공이 축소, 조준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퍼졌다. 문 대통령 지지층은 40년 전 경험을 'FM'(필드매뉴얼, 교범)대로 기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처음 대선후보로 나왔을 땐 추석을 앞두고 육군 논산훈련소를 방문, 훈련에 참가했다. 위장크림을 바르고 소총을 들고 훈련병처럼 뛰었다. 야외에 주저앉아 식판에 음식을 배식받아 먹은 것은 다른 훈련병들과 같았다.

문 대통령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려 했다. 두 정상은 각각 청와대와 용산 미군기지에서 출발했으나 짙은 안개 등 악천후가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헬기(마린원)은 용산기지로 회항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가까운 곳에 착륙, 차편을 급히 이용해 DMZ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릴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특전사 복무시절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특전사 복무시절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특전사로, 인명구조에다 특수작전까지 겪어본 경험이 군사안보나 군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 인식에 영향을 준 걸로 보인다. 특전사 시절 낙하산 장비를 들고 찍은 사진은 문 대통령의 군생활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이 점을 부각했다. 대선기간 자유한국당의 '종북' 공세에 "군대도 제대로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이 걸핏하면 종북 타령"이라고 일관되게 반박했다. 군대를 가지 않은 지도자라고 통수권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 대통령 주장이 남성의 병역이 의무인 한국에서 국민 피부에 와닿는 것임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한편 국민과 접하는 행사 의전 등에서 특별한 지위를 부각하기보다는 보통 국민과 눈높이를 맞춘 행보를 적극 보여왔다. 지방자치의 날 행사장에선 맨 앞줄 가운데에 앉는 관례 대신 셋째 줄에 참석자들과 섞여 앉았다. 군 경험은 '대통령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문무대왕함에 마련된 장병들과의 점심식사에서 배식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2017.9.2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문무대왕함에 마련된 장병들과의 점심식사에서 배식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2017.9.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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