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생만 불운? 나도 힘들었다" 75년·84년생…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7.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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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인생사 읊기' 글 줄줄이…1900년대 초반생은 일제강점기·6.25전쟁 겪기도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버렸던 문제집을 다시 찾고 있다/사진=뉴스1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버렸던 문제집을 다시 찾고 있다/사진=뉴스1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의 지진으로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1999년생들이 '우리같이 다사다난한 인생사도 없다'는 당혹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다른 세대들도 가세해 온라인상에는 'OO년생보다 힘들었던 시절도 있냐'며 '인생사 읊기' 글들이 퍼지고 있다.

◇'수능 연기' 1999년생, "신종플루·메르스로 수학여행도 못 가"
메르스가 유행하던 2015년 한 학교 교무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손 소독제를 바르고 열 체크를 하고있다/사진=뉴스1메르스가 유행하던 2015년 한 학교 교무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손 소독제를 바르고 열 체크를 하고있다/사진=뉴스1
1999년생들은 약 61만4000여명이다. 이들은 수학여행과 악연이 깊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수학여행을 가는 학년 때마다 큰 사건이 터졌다. 한 1999년생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데 수능까지 연기됐다. 난 역사적 '고딩'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1999년생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집단 생활을 하는 탓에 학생들 사이에 유난히 신종플루 확진자가 많았고 수학여행과 체험 학습 등 학교 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기관 신종플루 대응백서'에 따르면 2009년 단 한번이라도 휴업을 한 학교는 전국 7262곳(학년·학급휴업 포함)으로 전체 초·중·고의 39.9%에 달했다.

이들이 중3이던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전국 학교의 수학여행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유행하며 온 나라가 혼돈에 빠졌다.



그리고 2018학년도 수능 시험이 채 12시간도 남지 않은 지난 15일 저녁 정부는 수능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다.

1999년생들은 △7차 교육과정 △2007 개정교육과정 △2009 개정교육과정 △2011 개정교육과정 등 잦은 교육과정의 변화를 겪기도 했다.

◇'첫 수능' 1975년생,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학력고사 시절, 한 고등학생이 공부 중이다학력고사 시절, 한 고등학생이 공부 중이다
1999년생과 띠동갑, 또 다른 토끼띠인 1975년생들은 수능 첫 세대다. 이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3년 '대학입학학력고사'는 폐지됐고 '수학능력시험'으로 대입시험이 바뀌었다. 긴 시간 학력고사를 위해 공부해온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한 1975년생은 "수능 모의고사를 처음 본 날, 공부를 잘 하던 친구들은 성적이 떨어지고 못하던 친구들은 성적이 잘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과 달리 8월과 11월 두 번의 수능 시험을 치렀다.

1975년생 남성들에겐 군 문제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1974년생은 신체검사 4급을 받으면 보충역(방위병)으로 복무를 했으나, 이들은 4급도 현역으로 복무를 했다. 당시 방위병은 18개월, 현역병은 26개월을 복무했다.

방위병 제도는 1975년생들이 20살이던 1994년 12월 31일 마지막 '방위병'의 입소(1996년 6월 제대)를 끝으로 사라졌다. 1995년부터는 공익근무제도가 시작됐다.

1975년생이 대학교 4학년(재수를 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이던 1997년엔 IMF 외환위기가 터져 기업들이 줄 도산했다. 94학번인 이들은 힘든 취업 준비 기간을 보냈다.

◇1984년생 월드컵·1985~1990년생 "재수는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사진=한국기록원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사진=한국기록원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세대로 '재수는 없다'고 부르짖던 1985년생들도 있다. 1985년생들이 수능을 치르던 2003년은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해였다. 만약 재수를 할 경우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새로운 공부를 해야한다는 두려움이 1985년생들을 짓눌렀다.

새로운 대학입학시험 제도를 실험 중이던 2008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1989년생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난생처음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던 수능과 논술, 내신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수많은 89년생들이 재수를 한 탓에 1990년생은 약 4만여명의 재수생들과 함께 수능을 봤다.

이외에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84년생은 또 다른 의미로 수능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하며 온 나라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였다.

1999년생들의 넋두리를 본 다른 세대들은 '나도 불행했다'며 연표를 줄줄 읊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 할머니보다 더 기구한 인생이냐"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모두 겪은 19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인생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며 수능이 연기된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의 어려움보다 자신의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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