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향토소주' 무학·보해, 수도권서 '쓴잔'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7.11.20 14:19
글자크기

3Q 무학 영업익 반토막, 보해양조 또 적자전환…수도권 소주 입맛 못 잡은 탓

'집 떠난 향토소주' 무학·보해, 수도권서 '쓴잔'


집 떠난 두 향토 주류기업, 무학과 보해양조 (506원 ▼1 -0.20%)가 나란히 실적 쓴 잔을 들이켰다. 수도권 소주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하면서 그동안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학 (5,090원 ▼10 -0.20%)은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608억원과 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49% 감소했다.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보해양조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3분기 매출액은 240억원으로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해 6억원 손실이 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비용축소를 통해 흑자전환했던 것이 무색해진 셈이다. 특히 매출 하락이 지속돼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44억원으로 20% 축소됐다. 자칫 올해 연매출이 2005년 이후 12년 만에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의 부진한 실적은 수도권과 지역 텃밭 모두에서 소주 점유율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울산지역 대표 소주업체인 무학은 2015년 과일리큐르 열풍을 등에 업고 수도권에 본격 진출했다. 진출 초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블루베리, 석류 등 타사와 차별화된 맛으로 인기를 얻으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과일리큐르 열기가 식었다.

수도권 내 경남 출신들을 공략하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대표 제품 '좋은데이'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했지만, '참이슬'에 길들여진 소비자 입맛과 기존 업체들이 장악한 영업망이 공고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업계에 따르면 무학의 수도권 소주 점유율은 1% 이하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원조 부산 주류기업인 대선주조의 반격에 집토끼인 영남권 지키기도 쉽지 않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초 75% 수준이던 부산 내 무학 점유율은 2분기 50% 초반으로 하락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수도권 공략을 지속해 판매관리비는 3분기 누적 621억원으로 전년대비 9% 증가했다. 다만 무학은 수익성 악화에도 수도권과 텃밭 모두 지속 공략할 계획이다.

무학 관계자는 "아직 수도권 내 '좋은데이' 인지도가 낮지만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부산·경남지역도 전월부터 회복세여서 마케팅활동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집 떠난 향토소주' 무학·보해, 수도권서 '쓴잔'
광주·전남 향토기업인 보해양조는 더 힘들다. 보해양조는 2015년 하반기 '부라더#소다'로 국내 탄산주 열풍을 이끌며 수도권에 안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탄산주 인기가 식고 주력 제품인 '잎새주'가 수도권에서 자리잡지 못하면서 마케팅비용이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

호남권도 안 좋다. 보해양주의 소주는 호남권에서 주로 판매되는데 3분기 누적 내수 매출액이 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하이트진로 (20,450원 ▼50 -0.24%) 등 전국구 소주업체가 보해양조의 안방에 침투한 탓이다. 상반기까지는 판매관리비를 30% 이상 줄여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지만, 3분기 매출 부진을 이기지 못하면서 또다시 영업적자가 났다.

이에 보해양조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종전 방침을 꺾고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서울에서 근무한 직원은 호남지역에 재배치하고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도 자제하며 온 힘을 텃밭 지키기에 쏟을 계획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광주·전남 소주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직 50%대"라며 "수도권 영업은 과실주와 복분자 제품 위주로 진행할 것이고 신제품 출시 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