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뒤집어!" 日로부터 배우는 지진 대비책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7.11.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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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배낭에 건빵 통조림·운동화·핫팩 등 넣어…책장 등 가구 배치도 지진 고려

생존배낭 /사진=라쿠텐 캡처생존배낭 /사진=라쿠텐 캡처


일년에 적게는 수천 차례, 많게는 만 차례씩 땅이 흔들리는 이웃나라 일본. 일본에서는 국가든 국민이든 지진에 대한 이해도와 대비 능력이 높다.



19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는 진도1 이상의 지진이 6587회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엔 1만681회 지진이 일어났으며, 2012년 3139회, 2013년 2387회, 2014년 2052회, 2015년 1842회 등 매년 수천 번 이상 지진이 온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일본인들은 늘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생존배낭·운동화·담요 챙기기는 기본
지진 대비 첫 걸음은 생존배낭이다. 일본서는 생존배낭이 꼭 필요하다는 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마이나비의 1004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약 90%는 생존배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중 생존배낭 준비를 마친 이들은 36.9%, 준비할 생각이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한 이들이 54.1%였다. 생존배낭은 기본 72시간(3일) 생존할 수 있는 기본 물품을 담은 배낭으로 비상식량, 물, 손전등, 건전지, 성냥, 라이터, 휴대용 라디오, 구급 용품, 비상 의류, 담요 등을 구비한 배낭이다. 언제든 가지고 대피할 수 있도록 침대 머리 맡에 둔다.
생존배낭에 넣는 비상식량으로 인기가 높은 건빵 통조림. /사진=일본 아마존 캡처생존배낭에 넣는 비상식량으로 인기가 높은 건빵 통조림. /사진=일본 아마존 캡처
생존배낭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량'이다. 먹을 게 없으면 버틸 힘 조차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많은 학교는 1년에 수차례씩 치러지는 지진·쓰나미·화재 등 방재훈련날 생존식량인 건빵을 비롯 영양보조제, 우유, 요구르트 등을 급식으로 배식해 생존식량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도쿄에 거주하는 하가 코하루씨(26)는 "초등학생 때부터 방재훈련날에는 급식으로 '생존식량'이 나왔다. 이를 먹으며 식량을 항상 구비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박혔다"면서 "당연히 집에 생존배낭을 구비해뒀고, 그 안에 건빵, 통조림도 잔뜩 넣어뒀다"고 말했다.
"운동화 뒤집어!" 日로부터 배우는 지진 대비책
운동화도 생존배낭 옆 구비해둬야 하는 필수품이다. 지난해 4월 규슈 구마모토 강진 이후 발행된 책 '구마모토 지진의 경험에서 배우는 방재 팁'에 따르면 지진 이재민 중 대다수는 깨진 유리 조각 등에 의해 발 부상을 입었다. 당시 본진은 새벽 1시25분에 발생했는데, 어둠 속에서 대피하면서 발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 책은 침대 머리맡에 운동화 두는 것을 잊지 말고, 발바닥을 위로 향한 채 두라고 조언한다. 신발에 유리 조각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핫팩이나 물티슈 등도 재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다. 구마모토 지진 이재민 다나카씨는 "지진 재난 상황을 겪어보니 생존배낭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 이외에도 안경, 방한복, 물티슈, 랩, 방석, 핫팩 등이 꼭 필요했다"면서 "특히 핫팩을 몸에 대고 있어야 재난시 추위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 고려한 집안 가구 배치…책장은 침대에서 멀리
일본에선 지진 상황을 고려해 집안 가구를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지난해 구마모토 강진 이후 마이니치신문은 "사망자의 사인 대부분은 압사, 질식사"라고 전했다.

가구 중 가장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으론 '책장'이 꼽힌다.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세이미씨는 "한국인 친구 집에 놀러갔었는데, 책장과 침대가 붙어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지진을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장에 책장을 고정하는 받침목.천장에 책장을 고정하는 받침목.
책장이 침대를 향해 있을 경우 지진이 오면 그대로 책장이 무너져 몸을 짓누를 수 있다. 잠자다가 깔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책장을 침대 주변에 두는 건 절대 금물이다.

책장이 쓰러지면 대피로에도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책장은 벽에 직접 고정하는 게 좋다. 천장에 책장을 직접 고정할 수 있게 해주는 받침목도 인기다.

백과사전 등 무거운 책을 하단부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은 무거운 책을 책장 하단부에 둘 것을 조언한다. 이 경우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만일 책이 쏟아지더라도 가벼운 책 위주로 떨어져 위험하지 않다. 유리장으로 한번 잠글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책이 쏟아지는 걸 방지해준다.

총무성 소방청은 이외에도 식기를 넣어두는 찬장 바닥에는 고무시트를 깔아 그릇의 미끄러움을 방지하고, 주로 옷장 등에 보관하는 난로는 건전지를 뺀 뒤 보관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지진 때문에 그릇이 깨지거나, 건전지가 흔들려 발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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