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혼종'…재미화가 유부강 국내 첫 개인전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10.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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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기억들' 전(展)…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유부강, '내면 여행'(1990) Mixed media on paper 105x75cm. /사진=팔레 드 서울유부강, '내면 여행'(1990) Mixed media on paper 105x75cm. /사진=팔레 드 서울


동·서양을 접목시킨 강렬한 색감과 붓 터치가 인상적인 재미작가 유부강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미국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추상 표현주의 화가 유부강(Bukang Yu Kim) 개인전 '여정의 기억들'이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개최된다. 다음달 4일에는 '오프닝 리셉션 및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다.

이번 전시는 유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인 만큼 주요 작품 51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명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작인 '내면 여정'(1990), '겨울나무'(1996), '튀어오르다'(2002), '나무'(2013~2016) 등 30년에 달하는 작품 세계의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다.



유 작가는 1943년 강원도 원주에서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났다. 1961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재학시절인 1963~1965년 국전에서 입선했고 이듬해에는 문화공보부 주최 신인대전에서 신인대상을 수상했다. 졸업 후 여고 미술 강사로 일하다가 의사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1975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시에 정착했다.

국내 미술계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작가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이주 이후 1990년 신시내티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의 초기 작품이고, 두 번째는 1990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추상 표현주의의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시기, 세 번째는 2010년대 이후 최근까지다.



1980년대 대표작은 신시내티 미술관이 소장 중인 '기둥'(1988)과 '고요한 아침'(1988)이다. 한국의 기둥, 한지 창문, 종 등을 반추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구상성과 한국적 색채가 농후한 작품이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는 소개되지 않는다.

1990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작품 세계를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추상주의 실험이 이뤄졌다. '어디로 가려고?'는 1993년 작품이지만 작가가 올해 들어서야 터치를 더해 14년 만에 완성했다. '열정'(1993), '존재'(1994~1996) 등은 강렬한 색상과 미지의 문자와 같은 붓 터치가 인상적이며 '산'(2000), '음양'(2001)은 각각 산과 동양적 구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2010년대 이후 최근작인 '가을'(2013~2015), '나무'(2014~2016)는 보다 보편적이고 온건한 자연을 표현해내고 있다.

유 작가의 작품은 서양과 동양 예술의 혼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풍부한 서양적 색감과 질감, 그리고 동양의 붓글씨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붓 터치가 화폭 안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티모시 럽(Timothy Rub)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장은 “미국에서 2차 대전 이후 전개되어온 추상 표현주의의 가능성이 아직 고갈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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