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실험 ‘공론화’, 靑 다양한 갈등에 확대적용…한계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7.10.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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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숙의민주주의 새 모델로 주목 VS 국회 배제·만능주의는 우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는 공론회 결과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2017.10.20.   mangusta@newsis.com>【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는 공론회 결과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2017.10.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 20일 오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신고리공론화위의 권고안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 들인다', '후속조치가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10.17.    amin2@newsis.com【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 20일 오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신고리공론화위의 권고안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 들인다', '후속조치가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10.17. [email protected]
"여러분이 위대한 걸 선택한 게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해서 위대하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숙의 과정에서 자신이 시민참여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20일 밝혔다. 공론결과를 봐도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취지다. 긴장감 속에 결과를 지켜본 청와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신고리 원전 사례로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공론화 카드’는 단골 메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론화의 효능이 어디까지일지, 한계는 없는지 지금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론화 방식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반신반의'에서 '놀라움'으로 달라졌다. 처음엔 공론화가 과연 실현 가능한 방식인지 내부에서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공론화위 권고안은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재개하되 탈원전 정책은 지속하라'는 것이다. 절묘한 결과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지지층의 탈원전 희망과, 재계·산업계 등의 신고리 공사재개 요구를 일정부분씩은 모두 충족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처음에 대통령께서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 절차를 꺼내셨을 때, 반신반의했다. 좀 더 솔직해지면 생경하기조차 했다"며 "해답은 고사하고 공론화위원회가 끝까지 유지되기는 할 지 의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권고 결정 발표를 지켜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경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대한민국과 그 위대한 국민들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은 날"이라 말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공론화 모델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공론화가 첨예한 갈등을 한 차원 깊은 토론으로 변화시켰고 이는 국민이 수용할 만한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국민이 보다 많이, 보다 자주 국가운영에 참여하길 원하는 이른바 촛불민심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다음 수순은 또다른 사안에 '신고리 모델'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과정을 통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점, 시민참여단이 자신과 반대되는 결론이 나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보듯 그 과정이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갈등조정이 필요한 사회가 됐는데 특히 국가가 그 주체가 되는 사안 중 범국민적 공론이 필요한 사안은 (공론화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론조사는 한계도 갖고 있다. 정책수립과 집행에 있어 정부여당의 책임성을 줄인다. 에너지 수급, 일자리, 환경 등 어느 한 관점으로만 볼 수 없는 원전 정책을 국민 의견에 맡길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국회가 공론 과정, 숙의민주주주의 과정에서 오히려 배제되는 게 아이러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은 시민참여단-정부로 이어지는 정책결정구조에 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공론장을 자처해 온 국회로선 머쓱한 일이다. 공론화 확대가 국회배제로 이어져선 안 되고, 국회 역시 정쟁에 가로막혀 제기능을 못한 게 아닌지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공론조사는 요즘 각광받는 숙의민주주의의 한 형태. 숙의민주주의를 연구, 실험해 온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교육부총리)는 "숙의민주주의의 틀이 국정의 방법으로 채택된 건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 말했다. 다만 "어떤 분야까지 숙의 제도로 결정할 것인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기념물을 보다 높게 지을 것이냐, 반대로 더낮게 지어 희생자를 추모할 것이냐는 주민 숙의가 정부의 일방적 결정보다 나을 수 있다. 반면 그 기념물의 건축 공법을 무엇으로 택할지는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숙의로 결정하는 게 무조건 옳은 방법은 아니다. 공론조사로 모든 문제를 다 풀어낼 수 있다는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개정도, 사용후핵연료 처리방법도 한꺼번에 공론화 대상으로 떠오른 현실에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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