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검토…독립성 논란 커지나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7.10.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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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국감서 "적극검토" 발언…감독기구 독립성 훼손 우려 재발

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


정부가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정부의 금융감독 개편 방향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위한 금융감독 개편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채용비리, 방만경영 등 최근 공개된 감사원의 금감원 지적사항과 관련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매년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을 신규 지정한다.



감사원은 방만한 조직 경영으로 금감원의 주된 운영예산인 감독분담금이 부적절하게 늘었다며 조치를 요구했다. 감독분담금은 금융회사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금감원 전체 예산의 80%를 차지한다.

감사원은 분담금을 정부와 국회가 통제할 수 있도록 부담금관리기본법상 부담금으로 지정하고 운영계획서 등을 정부에 매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되면 감사원이 요구한 예산뿐만 아니라 인사도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1999년에 설립된 금감원은 2007년에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2년 뒤인 2009년에는 공공기관에서 빠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감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운영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지금까지 감독·검사 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돼왔다. 하지만 2011년 저축은행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등 금감원의 감독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되풀이됐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할 경우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가 또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으면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 인사와 예산 편성, 경영지침 등에 대해 기재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받아야 하면 감독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당초 문재인 정부가 구상했던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감독체계 개편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은 분리해 놓는게 좋다”며 금융산업정책은 경기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등에서 담당하고 감독 업무는 금감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고 교수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가 해당 법률을 통해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에 감독업무가 더 산업정책에 종속될 수 있다”며 “향후 감독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되더라도 법적 충돌이 발생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이미 금융위원회의 관리를 받고 있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미 예산 등에 대해 금융위 관리를 받고 있어 공공기관이 돼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금융회사에서 걷는 분담금이 매년 늘어난 만큼 좀더 엄격한 예산 통제가 필요하다는 불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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