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 퍼포먼스 '인페르노(Inferno)'/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수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로보틱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예술가 루이 필립 데메르(Louis-Philippe Demers)와 빌 본(Bill Vorn)의 작품 '인페르노(Inferno)'다. 관객 참여형으로 펼쳐지는 이 퍼포먼스에서 한 시간동안 기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다보면 스스로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은 불현듯 공포로 다가왔다가 '진정한 나' '인간의 존재'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한다.
올해 주제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다. '언캐니 밸리'란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로봇에 대한 인간의 감정 변화를 골짜기에 비유한 것이다. 로봇에 대한 인간의 호감도는 로봇이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다가 어느 순간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 하지만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해 인간에 대한 감정과 유사해진다.
가상현실과 실재, 인간과 인공지능, 우주와 자연 등 인간과 기계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2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금천예술공장에서 무료로 만날 수 있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국내 신예 작가들의 8개 작품과 4개의 해외 초청작이 전시된다.
◇ 가상현실과 실재 사이…'인간의 몸'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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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F말루앵의 작품 '미의 세 여신'(왼), 이성은·이승민의 작품 '에테리얼:지극히 가볍고 여린'(오)/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국내 예술가 이성은·이승민의 작품 '에테리얼:지극히 가볍고 여린'도 가상현실을 매개로 인간의 몸을 들여다본다. 관객이 방에 들어가 오큘러스 고글을 쓰면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현실을 통해 관객은 로봇으로 변신, 자신의 뒷모습을 내려다보게 된다. 관객이 자신의 팔을 움직이면 관객 뒤에 설치된 3미터 크기의 거대한 로봇의 팔도 따라 움직인다. 관객의 팔 동작에 연동해 움직이는 로봇이 만지는 것은 바로 관객 자신이다. 우리의 몸, 우리의 존재는 본래 타인의 시선을 통해 인지되듯 로봇의 시선으로 우리의 몸을 다시 바라본다.
◇ 인간·기계·자연의 어울림 3박자
이재형·박정민의 작품 '기계 즉흥곡(왼), 탈 다니노(Tal Danino)의 작품 '마이크로유니버스(Microuniverse)'(오)/사진=이경은 기자.
생물학과 공학을 예술에 활용한 작품도 있다. 자연적·유전적으로 재조합된 박테리아가 미디어와 결합해 예술로 탄생했다. 생물학과 공학의 교차점을 탐구해 온 작가 탈 다니노(Tal Danino)의 '마이크로유니버스(Microuniverse)'다. 모바일 앱을 설치해 작품에 화면을 가져다 대면 박테리아들이 살아 움직이듯 움직인다.
이밖에도 인간과 기계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개막일인 20일과 21일 이틀간 오후 4시~10시에는 '인페르노'를 비롯해 허만 콜겐(Herman Kolgen)의 퍼포먼스 '임팍트', 디제잉, EDM콘서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