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건 성숙" 연내 금리인상 시사한 이주열 총재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권혜민 기자 2017.10.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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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한은 올해 성장률 2.8%에서 3%로 상향 조정, 금통위 6년 만에 금리인상 소수의견 나와…시장, 11월 금통위 인상 가능성도 거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예상보다 강한 ‘연내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다. 역대 최저 수준인 1.25% 기준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경기 여건이 마련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19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금년 성장률을 3.0%로 높였고 물가상승률도 중기 목표제에 부합하는 2%로 예상한다”며 “경기 여건이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정도로 성숙됐다”고 말했다.



‘금융완화 정도를 줄인다’는 표현은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는 한은이 오는 11월 30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 6년 만에 나온 금리인상 소수의견=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점도 주목된다.



이일형 금통위원은 금리동결로 결정된 10월 금통위에서 “지금보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4월 하성근 전 금통위원이 금리동결 결정에 금리인하 의견을 밝힌 뒤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금리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은 2011년 9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동안 금통위 소수의견은 통화정책 변경 기조에 앞선 신호로 읽혔다. 앞서 한은이 금리조정 결정을 전후로 소수의견을 통해 정책변화 방향을 예고한 까닭이다.


이 위원 뿐만 아니라 현재 금통위 내부에서 “통화정책 기조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는 금통위원이 더 있어 한은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여건 성숙" 연내 금리인상 시사한 이주열 총재
◇ 성장률 전망, 3년 만에 3%대로 높여= 한은이 비교적 뚜렷한 금리인상 방향성을 밝힌 배경은 최근 불거진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이고,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회복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특히 한은이 4월(2.5%→2.6%), 7월(2.6%→2.8%)에 이어 10월까지 3회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이 연간 4회 경제전망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3% 전망을 내놓은 것도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내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앞서 금리인상 조건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꾸준히 웃도는 성장세와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제에 안착할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추정한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은 2.8~2.9%이며,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제는 2%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2.9%, 물가상승률은 1.8%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의 경기 흐름이 지표상으로 이 총재가 밝힌 ‘금리인상 조건’에 부합되는 셈이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제를 조금 밑돌지만 앞서 이 총재는 “현재 물가 수준이 낮더라도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은 국제 환경에 따라 어떻게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같은 언급은 향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긴축 통화정책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향후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정부 입장도 다르지 않음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여건 성숙" 연내 금리인상 시사한 이주열 총재
◇ 시장도 반응…올해 11월 인상 가능성 확산= 당초 내년 상반기경 금리인상을 점쳤던 시장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팀장은 “대내외 이벤트 리스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1월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본다”고 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도 “생각보다 금리인상 메시지가 강했다”며 “내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과거 밋밋했던 채권시장 반응도 이번엔 달랐다. 이 총재 기자회견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7bp(1bp=0.01%) 올라 2015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전일 2.1%대였던 국고채 5년물도 7bp 상승해 2.2%대로 올라섰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가격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5원 오른 1132.4원에 마감했다. 시장금리와 직결된 채권시장보다 영향이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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