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을 부정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뇌 촬영 사진도 타인의 마음이 어떠한지 보여주지 못한다.
타인의 마음에 대한 불확실성은 인간 행동의 이질성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경찰관으로 일한 한 영국 남성은 젊은 남성을 꾀어 자신의 집으로 들인 뒤 무자비하게 15명을 살해했다. 그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뒤 걱정한 유일한 대상은 자신이 기르던 잡종 개 블리프였다. 인간이 개보다 더 큰 연민과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마음의 보편적 믿음은 이 사례에선 예외다. 나치가 600만 명의 유대인을 살해할 수 있었던 것도, 신의 존재에 열을 올리는 것도 모두 타인 마음의 불확실성이 잉태한 결과들이다.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 모인 특별한 공간 ‘마인드 클럽’이 존재한다면, 이 클럽의 회원은 ‘마음’을 지닌 인간이고, 회원이 아닌 대상은 ‘물건’이다. 하지만 개, 침팬지, 고양이 등 동물은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경험과 사고가 부족한 신생아, 오랜 기간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또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지능형 로봇, 체스를 두는 슈퍼컴퓨터, 나아가 구글이나 월마트 같은 기업은 마음이 없을까.
마인드 클럽의 회원 자격이 중요한 것은 특권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기와 로봇이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라면, 대부분은 아기를 구할 것이다. 마음이 있는 존재에겐 존중, 책임, 도덕적 지위가 인정되는 반면, 마음이 없는 존재는 무시와 파괴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마음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 지각의 문제다. 마인드 클럽의 회원들은 그들이 ‘실제로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처럼 보이는가’를 바탕으로 가입이 허락된 존재들이다. 이 클럽에 들어가려면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그때 비로소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지각을 통해 마음이 창출된다는 사례는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의 실험에서 단적으로 검증된다. 튜링 테스트에서 한 사람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존재와 문자 메시지를 나누는데, 한 존재는 사람이고 다른 한 존재는 컴퓨터다. 문자 대화를 바탕으로 어느 쪽이 사람인지 맞혀야 한다. 퀴즈쇼에서 IBM의 왓슨이 인간을 뛰어넘는 지력을 증명한 것처럼, “인터넷에선 아무도 네가 개라는 것을 모른다”는 명제가 해답일 수밖에 없다. 이제 컴퓨터 개발자는 상식적 판단에 부합하는 마음을 만들 수도 있다.
책은 동물, 기계, 수동자 등 마음 지도에 있는 여러 존재를 살펴보면서 인간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는 마음의 다양한 실체와 해석, 인간 마음의 도덕적 딜레마까지 다룬다. 어려움에 처한 수동자의 마음을 살피는 공감력과 주차자리를 얌체처럼 빼앗은 사람에 대한 적대심이 양극으로 활성화하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물로 간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음의 아픈 딜레마다.
저자는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중요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그 해석이 모호하다”며 “두 진실 사이의 역설과 충돌을 통해 마음 지각의 중요성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대니얼 웨그너, 커트 그레이 지음. 최호영 옮김. 추수밭 펴냄. 448쪽/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