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연말까지 국내 주식 최대 10조 판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한은정 기자 2017.10.20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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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 평가액 확대로 보유비중 목표치 초과 리밸런싱 매물 출회…오차범위 최대치 허용시 매도량 줄수도

국민연금, 연말까지 국내 주식 최대 10조 판다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주식을 최대 10조원 가량 매물로 쏟아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주식 평가금액이 불어나자 목표했던 보유 비중을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했던 국내 주식의 자산배분 비중을 맞추려면 2개월 남짓한 기간에 최대 10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야 해서 연말을 앞두고 증시 수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 국민연금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자산은 총 601조7526억원인데, 이 중 국내 주식 비중은 21.0%인 126조2178억원(시가 기준) 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계획상 올해 국내 주식 보유액을 116조3120억원(전체의 19.2%)으로 잡았다.



이를 고려하면 7월 말 기준 국내 주식을 9조9058억원 초과 보유한 셈으로 연말까지 해당 주식을 팔아야 한다. 물론 주가 조정으로 해당 주식의 평가액이 줄어들 경우 자연스레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증시에 불이 붙고 있어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액은 7월보다 큰 폭 증가했다.

다만 기금운용계획상 연말 자산배분 비중을 ±2.5%포인트 범위 안에서 오차를 허용하고 있어 전량 매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연말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19.2%)에 오차 범위 2.5%포인트를 가산하면 21.7%다. 따라서 7월 말(21.0%)에 이미 한계점까지 다다른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운용계획 예상치는 기금운용본부가 달성해야 하는 절대적 지침이라기보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다만 계획했던 자산배분 비중을 최대한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기는 어렵고 차익실현 차원에서 매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에 급격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부담이 커지면 아예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예외적 조치인데다 절차도 까다로워 실현 가능성은 낮다. 현재로선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당장 팔지는 않더라도 당분간 관망하거나 연말을 앞두고 상당액을 매물로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자산운용사 CIO(최고운용책임자)는 "연말까지 2개월 남짓 남았기 때문에 국민연금 입장에선 이제 서서히 계획했던 자산배분 비율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에 나설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을 얼마나 매도할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연말을 앞두고 수급상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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