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차고'에서 태어났다. 1939년 엔지니어인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월세 45달러 주택에 딸린 차고에서 '휼렛 패커드'(HP)를 창업했다. HP는 1970년 직원 1만6000명, 연 매출 3억3000만달러(약 3700억원) 회사로 성장했다. HP와 거래를 하던 주변 기업들이 동반 성장하면서 IT 밀집지로서의 토양이 마련됐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실태를 적나라하고 신랄하게 묘사한 책이 바로 '카오스 멍키'다. '혼돈'(chaos)과 '원숭이'(monkey)가 결합된 이 단어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엔지니어들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켜 서버의 견고성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카오스 멍키'란 실리콘밸리 그 자체다.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의 혁신 기업이 기존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명예와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저자인 마르티네즈는 월가와 실리콘밸리를 모두 거친 내부자다. 골드먼삭스의 퀀트전략가였던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겼다. 광고업체 '애드그로크'를 창업해 쓰레기더미 사무실 속에서 하루종일 코딩을 하고 투자자를 대상으로 100번이 넘는 피칭(기업 소개)을 했지만 결국 회사를 트위터에 매각했다. 이후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에 합류했지만, 회사에서 밀려나 현재는 트위터 고문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저자가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일 정도로 혁신적인 실리콘밸리의 일원인 만큼 모든 묘사가 생생하고 꾸밈이 없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명성과 권력의 계단에는 기름칠이 되어 있다"며 "누구든 올라가려 노력할 수 있지만, 굴러떨어질 때 받쳐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스토리=황장석 지음. 어크로스 펴냄. 304쪽 /1만5000원
◇카오스 멍키=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비즈페이퍼 펴냄. 656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