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가 자산가격 인플레를 촉진하는 경로(3)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10.2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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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 편까지 우리는 두 차례에 걸쳐서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금리가 미국의 저물가로 인해 낮게 깔려 있음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원화의 환율은 유로화, 또는 일본 엔화 환율과는 좀 다른 차원에서 형성됩니다.



미국 달러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유로화나 엔화는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다른 통화'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준비통화들인 것이죠. 영국 파운드나 스위스프랑도 이런 반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화의 성격은 좀 다릅니다. 원화는 '하나의 다른 통화'라기보다는 '하나의 위험자산'입니다. 원화는 달러보다 기본적으로 위험하며, 그래서 달러보다 수익이 높을 때는 사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파는 자산입니다. 크게 보았을 때 원화는 주식이나 회사채, 아파트나 같은 반열입니다.



따라서 달러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 달러-원 환율은 달러의 일반적인 대외가치를 반영할 뿐 아니라 위험자산 시장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인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환율이 높아지고 원화 가치가 좀 낮아지면 수출이 좋아지겠죠. 우리나라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라 상장주식 중에 수출주 비중이 높습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대표적이죠.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주가도 오를 거라고 믿기 쉽습니다.

하지만 위 그래프를 보면 그 상식이 거의 완전히 틀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통념과는 정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환율 상승) 시기와 일치합니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합니다.


원화의 가치와 우리나라 주식가격은 누가 먼저라고 할 만한 인과관계라기보다는 제3의 독립변수(원인)를 공유하는 종속변수(결과)입니다. 그 제3의 독립변수는 바로 위험자산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인식입니다.

그리고 이 위험자산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세계의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위험자산에 대한 금융시장의 인식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저물가가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라는 제목을 달고 세 편에 걸쳐서 긴 서론을 쓴 이유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면 향후 우리나라 주식뿐 아니라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힌트를 좀 얻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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