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쌍용차 노사협력이 만든 놀라운 파문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10.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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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자동차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창사(1954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차 판매 3위를 꿰찼다.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티볼리’가 주역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맏형격인 현대·기아차가 소형 SUV시장에 진출할 경우 ‘티볼리’가 맥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판매량(5097대)은 오히려 상반기 평균을 넘어섰다. '코나'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5개월 만에 5000대 판매를 넘어섰다.

‘티볼리’는 출시한 지 3년이 지난 모델이다. 직접적인 성능비교에서는 올해 출시한 경쟁차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경쟁사 모두 ‘티볼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쌍용차는 노사가 협력해 지난 7월 '티볼리 아머'라는 변주곡을 내놓으며 이를 이겨냈다. 최근 만난 쌍용차 경쟁사 임원도 "쌍용차 '티볼리 아머' 전략은 다른 브랜드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티볼리 아머’는 기존 ‘티볼리’와 큰 차이가 없다. 디자인을 약간 변경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인데, 쉽게 말하면 ‘티볼리 2018년형’이다.

핵심은 국내 최초의 주문제작형 콘셉트인 ‘기어 에디션’이다. 고객이 △아웃사이드미러 △후방 LED 윙로고 엠블럼 △도어스팟램프 △지붕색상 △데칼(문양) 등을 선택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차량을 꾸밀 수 있게 했다. 가능한 조합이 수십만 가지에 이른다.


이것이 적중했다. 최근 ‘티볼리 아머’ 판매량의 60%가 ‘기어 에디션’이다.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고객의 입맛에 맞은 것이다. ‘티볼리 아머’의 주요 고객층이 30대 여성인 것도 이를 반증한다.

‘기어 에디션’ 성공의 배경에는 노사 협력이 있다. 다양한 선택이 고객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주문을 받는 영업 사원과 이를 조립해야 하는 공장 근로자에게는 일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생산부문에서는 고객의 주문표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부품을 직접 갖고 와 조립해야 한다.

이 같은 어려움 탓에 준비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도 있었으나 본사의 설득과 회사를 위해 수고를 감수하겠다는 노조의 협조 덕분에 ‘기어 에디션’이 탄생했다. 노조와의 마찰로 신차 생산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현대·기아차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2009년 옥쇄파업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몰렸던 쌍용차가 이제는 업계에 새로운 노사협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올해 가장 먼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끝냈다. 쌍용차가 일으킨 작은 파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기자수첩]쌍용차 노사협력이 만든 놀라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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