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우당. /사진제공=문화재청
이 고택은 윤선도의 4대 조부인 윤효정이 16세기 초 연동마을에 터를 정하면서 지어졌다. 이 집의 이름 '녹우당'은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 형인 옥동 이서가 윤씨 가문의 학문과 사상, 문화적 취향 등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녹우당'의 입구에는 종가의 역사를 함께해 온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당당히 서 있다. 가을 무렵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융단처럼 쌓아놓는 이 나무는 윤효정이 아들의 과거 합격을 기념하며 심었다고 한다. 관료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과거합격은 사대부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후 아들들의 과거 합격으로 집안이 융성하면서 해남윤씨가 '해남'이라는 본(本)을 얻고 일약 명문사대부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보면 이 나무는 녹우당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우당 사랑채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사랑채 뒤를 돌아가면 만나는 안채에는 현재 윤선도의 종손 14대손 윤형식씨가 살고 있다. 윤형식씨는 때때로 녹우당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손수 만든 비자나무 열매 강정 등 다과를 내놓고 종가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고 한다. 유물전시관에서는 긴 세월 동안 보존돼온 종가의 보물 등 46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윤선도의 글과 그의 증손인 공재 윤두서의 그림을 비롯해 해남윤씨 가전고화첩, 고산자녀 분재기와 같은 고문서 등 귀중한 역사적 자료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공개되고 있다.
녹우당을 둘러싼 대나무숲. /사진=이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