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강제 기부금은?…'LG 고시'에 1만여명 몰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10.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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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LG그룹 10개 계열사, 하반기 대졸 공채 인적성검사 실시…"수열추리, 머릿속 하얘져"

LG그룹의 하반기 대졸공채 입사 시험인 'LG 인적성검사'가 치뤄진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응시자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LG그룹의 하반기 대졸공채 입사 시험인 'LG 인적성검사'가 치뤄진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응시자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인문역량 부문 중 한자는 기억에 남는 문제가 없고 국사 문항 중 '원납전'에 대한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응시생 A씨)



14일 오후 4시25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고등학교 문이 열리자 '2017년 하반기 LG 계열사 대졸 공채 인적성검사'를 마친 응시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응시생들이 시험 직후 후기를 묻는 질문에 "머릿속이 하얗다"며 손사래를 쳤다. 응시생들은 이날 정오부터 약 4시간30분 동안 시험을 치렀고 매 시험이 그렇듯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부문별로 기억에 남는 문제를 묻자 연구개발 직군에 응시했다는 A씨(25)는 "'원납전'에 대해 물었던 한국사 문제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LG 인적성검사는 크게 '직업 적합성 테스트(Job Competency Test)1·2'와 인성검사인 'LG 웨이핏(Way Fit) 테스트'로 구성된다.

직업 적합성 테스트는 언어이해·언어추리·인문역량(한자, 한국사)·수리력·도형추리·도식적추리 등 6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총 125문항으로 140분간 풀어야 한다. 15분 휴식 후 이어지는 인성검사는 총 342문항으로 50분간 실시된다.


이 중 인문역량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신설됐다. 지원자들이 평소 한국사와 한자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전공 분야와 인문학적 소양의 결합을 통해 창의·통합적 사고 능력을 갖췄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원납전이란 조선시대 후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수를 위해 강제로 거둔 기부금을 뜻한다. 국고만으로 중수비 감당이 어렵자 모든 관원은 물론 백성들이 기부금을 내도록 해 액수에 따라 벼슬과 상을 주도록 했다.

기부금, 특히 기업이 정부 요청으로 내게 된 각종 사회공헌 성격의 지원금은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시대 강제 기부금을 물은 것은 이같은 재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케 한다.

최근 검찰은 전 정권에서 청와대 주도로 우파단체에 지원된 자금 흐름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 임원을 비롯한 대기업 관계자들이 또다시 속속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LG는 올해 상반기 공채 인적성검사에서도 '사회계약론' '정의론' 등 국가의 역할을 묻는 질문들을 던져 눈길을 끈 바 있다.

다른 영역의 문제 중에서는 각종 '추리 영역' 문항들이 어려웠다는 후기도 잇따랐다.

LG는 암기형 인재보다 논리와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겠다는 채용원칙을 갖고 수리력(수열추리 등), 도형추리, 도식적추리 등 문제를 출제한다.

이공계 출신의 응시생 B씨(24)는 "톱니바퀴 수열문제가 기억에 남는다"며 "관련 문제가 9문제 가량 나왔는데 규칙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응시생 C씨(25)도 "응시생들 사이에서 LG 인적성검사 중 수추리, 도형·도식 추리가 어렵기로 유명하다"며 "하도 집중을 해서 앞에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라고 말했다.

LG는 이밖에 IT(정보기술), B2B(기업간거래) 등 신사업에 대한 질문도 다수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용산고에는 총 34개 교실이 마련됐다. 응시 대상 정원은 한 교실당 약 30명씩으로 이곳에서의 응시 대상자 규모는 총 1020명으로 파악됐다. 용산고에 가장 많은 자리가 마련됐고 전국 총 16개 고사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최대 1만6000여 명의 응시생들이 몰린 셈이다. 이날 LG 계열사 10곳은 전국 4개 도시(서울, 부산, 대전, 광주)에서 인적성검사를 실시했다.

고사장마다 결시생이 한 명도 없거나 1~2석 만이 비어 있었다는 대다수의 후기에 비춰볼 때 '바늘구멍 취업난'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응시생 D씨(25)는 "취업난이 여전하다"면서도 "이번 정부 들어 일자리를 늘리겠다 한만큼 공채 취업문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은 이번 인적성검사를 통과한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실시한다. 면접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중 계열사별, 직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차 직무면접과 2차 인성면접으로 진행된다. 12월쯤 최종합격자가 발표된다.

LG그룹은 올해(상·하반기) LG전자 1000여명을 비롯해 약 1만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LG 측은 시기별 채용인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수년간 하반기 대졸 공채 신입사원으로 2000명 안팎을 뽑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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