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0년을 돌아볼 때 역사적으로 D램 가격은 항상 산을 그렸다. 가파르게 올랐다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반도체 주식은 시클리컬(경기민감주·경기나 제품 가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주식)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벗지 못했다. 게다가 반도체 호황은 항상 끝이 좋지 못했다. 후발업체의 과도한 설비 투자경쟁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고, 재고 급증에 가격이 폭락하면서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처참한 일이 반복돼서다.
정 전무는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4차산업혁명으로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쪽에서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데 공급이 부족한, 수요확대-공급부족이 맞물린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울트라 슈퍼사이클의 동력이라는 견해다.
"예전에는 D램의 연 공급 증가율이 50%~60%에 달했지만 이제는 20%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투자를 두 배 늘렸고 SK하이닉스는 60%~70% 늘렸다. 시장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정작 D램 공급은 많이 늘지 않았다.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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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급 측에서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던 이유다. 메모리 생산 확대에 필요한 설비 투자 금액은 높아졌지만 공급이 크게 늘지 못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실체화되고 주가가 급등하자 일각에서는 지금 사기엔 부담스럽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투자의 세계에서 시클리컬은 "고PER(주가수익비율)에 사서 저PER에 판다"는 공식이 정석으로 통하기 때문. 즉 이익이 실제 발생하기 전에 사서 이익 발생 이후 PER(주가수익비율)이 낮아지면 팔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반도체 주식은 지금이 전형적인 매도 시점이 된다.
이에 대해 정 전무는 "사이클(가격 주기)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언젠가 D램 가격이 고점을 친 뒤 하락하겠지만 과거와 달리 폭락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D램 생산업체의 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빅3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어느 곳도 과욕을 부리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