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게임은 끝났다…삼전·하이닉스 사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10.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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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70만원 돌파, SK하이닉스와 나란히 사상 최고가...'왕좌 오른 반도체주'

펀드매니저 "게임은 끝났다…삼전·하이닉스 사라"


"결국 정답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다. 논란도 많았지만 이제는 다들 항복하는 분위기다. "(최영철 트러스톤자산운용 AR본부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증시를 제패하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다. 작년부터 계속된 반도체 주식을 둘러싼 도전은 이제 힘을 잃었고 펀드매니저들은 "지금이라도 반도체 주식을 담아야 한다"를 외쳤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4.35포인트(1.00%) 오른 2458.16의 사상 최고가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는 전일대비 9만2000원(3.48%) 오른 273만2000원의 역대 최고가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도 장중 9만3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9월 이후 투신(펀드매니저) 순매수 상위 1~5위에는 카카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우선주, SK, 삼성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투신은 SK하이닉스를 874억원 어치,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각각 395억원, 591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9월 들어 SK하이닉스는 7만원을 돌파했고 삼성전자도 240만원을 넘어 질주했지만 부담스러운 주가에도 펀드매니저들은 '매수'를 선택했다.



최영철 본부장은 "연초부터 반도체 업종,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팽배했지만 양사는 주가로 의혹을 불식시켰다"며 "실적이 좋아지는 저평가 종목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스토리인데도 다들 의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은 41조원, SK하이닉스는 10조6000억원이다. 삼성전자의 현 시가총액 354조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65조원을 고려하면 아직도 각각의 PER(주가수익비율)이 8배, 6배에 불과하다. 게다가 두 기업 모두 3·4분기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어 이익 추정치도 빠르게 상향 조정 중이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3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서 결국 분기별 사상 최고치 경신이 계속되는 업종이 IT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확실한 수혜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고, 당장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이겨내는 싸움이 관건이 될 거라고 부연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고 유동성이 좋은 이들 주식은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ATM(자동입출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가가 많이 빠진 주식을 사기 위해 이들 주식을 팔면 수익률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외에 일부 IT 업종과 금융, 정유, 바이오 등 주도 업종을 제외하면 다른 업종(유통, 건설, 통신, 조선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 전체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펀드매니저들이 다른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수를 추종하기는커녕 수익률이 거꾸로 가는 펀드도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전체 설정액 규모가 9552억원으로 초대형급 펀드인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 펀드는 상위 10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편입하지 않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10일 기준 이 펀드(A클래스)의 올해 수익률은 4.62%에 그쳤고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96%를 나타냈다.

정창원 노무라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게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투자자들이 적응을 못 한 것"이라며 "과거의 반도체 생산 법칙은 이제 완전히 깨졌고, 4차산업혁명이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났기에 이들 주식은 더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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