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부풀어 오른 아이폰8, '배터리 게이트' 터지나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7.10.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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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4일만에 '배불뚝이 폰'…'갤노트7' 사태 재연? 호들갑?

[이슈+]부풀어 오른 아이폰8, '배터리 게이트' 터지나


모바일 혁신 만능 주의에 대한 경고일까. 단지 솥뚜껑에 놀란 걸까.

애플이 출시한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8’에서 배터리 불량 증세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안전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소수 사례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발화 문제로 단종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처럼 ‘배터리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은 정확한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잇딴 배터리 '스웰링' 의심사례… 애플 조사 착수= 아이폰8 배터리 부품 현상은 지난달 26일 대만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제품이 정식 출시된 지 4일 만이다. 대화면 모델인 아이폰8+를 구매한 우모씨는 충전 도중 제품 내부가 팽창하면서 왼쪽 측면이 벌어진 것을 확인하고 충전기를 분리했다. 우씨는 아이폰8+ 구매 당시 애플이 제공한 정품 충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제품 측면이 벌어진 아이폰8+가 배송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품 배송 과정에서 배터리 팽창이 의심되는 사례로 충전 중이 아닌 상황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도 같은 문제로 제품 반품이 이뤄진 사례가 발생했다. 중국과 캐나다, 그리스 등 아이폰8 1차 출시국에서 발생한 배터리 팽창 사례를 합치면 최소 7건 이상 발생했다. 애플은 현재 원인 규명을 위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제품을 출시한 지 채 3주가 안 된 시점에서 나온 결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아이폰8의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서 기체가 발생해 팽창하는 ‘스웰링’(swelling) 현상으로 보고 있다. 스웰링은 발화와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제조상 문제나 사용 중 파손, 노후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 팽창으로 제품이 부풀거나 측면이 벌어지는 외관상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폰8 배터리는 중국 ATL 등 4~5곳에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조사에서 배터리 제조 공정상 문제와 특정 업체의 불량 쏠림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애플이 이번 조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갤노트7 전철 밟나 VS 과도한 확대 해석= 업계의 관심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 10월 단종된 갤노트7 사례의 전철을 밟을 지 여부다. 당시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출시한 갤노트7에서 배터리 발화 사고가 잇따르자 제품 출시 2개월 만에 단종을 선언했다. 아이폰8 배터리 팽창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소비자 과실이 아닌 제품 결함으로 드러날 경우 애플의 공식 사과와 제품 교환 등 조치가 불가피하다.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한 결함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면 문제 더욱 커질 수 있다.

아이폰8 문제를 갤노트7 사례와 비교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수백만대로 추정되는 제품 판매량을 고려할 때 불량율이 아직 정상범위 내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리화이빈 연구원은 “이번 현상은 배터리 팽창에 따른 문제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서도 “정상적인 스마트폰 배터리 불량률은 100만분의 3 이하로, (배터리 팽창이) 수백만대 중 단 몇 대에 그친다면 안전범위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직 폭발(발화)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것 역시 배터리 게이트 우려는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케언에너지리서치어드바이저의 샘 제프 이사는 “아이폰8 배터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배터리 팽창은 발화의 전조 증상이지만, 실제 발화로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전문가인 박철완 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장은 “신제품의 배터리 스웰링은 제조 과정 중 빼내야 할 가스가 미처 빠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다”며 “제조상 초기 불량으로 발화 여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량률이 어느 정도에 그칠 지가 관건”이라며 “설계 문제나 제품 결함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논란이 잦아들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애플 판매전략 '악영향' 불가피… 소비자 신뢰 훼손 가능성도= 배터리 스웰링으로 추정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아이폰 신제품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이폰8는 물론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아이폰X’ 출시 일정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추측이 잇따라 제기된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X 최초 출시일을 아이폰8보다 1개월 이상 늦은 11월 3일로 잡은 바 있다. 부품 수급 문제로 충분한 초기 물량 확보에 실패한 탓이다. 아이폰X 출시 시기가 더 미뤄질 경우 대기 수요가 다른 제품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럴 경우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판매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3차 출시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국내 출시는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애플과 이통3사는 아이폰8 국내 출시일을 이달 20일 또는 27일로 잡기 위해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배터리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내 출시 일정이 지연될 여지가 생겼다. 아이폰X 출시 일정에 대해선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애플의 핵심 매출원 아이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번지고 있다는 것도 장기적인 악재다. 이번 사태로 인해 지난 10년간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명성을 유지했던 아이폰은 물론 애플의 기업 신뢰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아이폰8 배터리 문제가 제품 결함이 아닌 제조상 불량으로 밝혀지더라도 소비자 신뢰도 하락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갤노트7 단종 사태를 겪으며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단종 이후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하는 등 개발-생산-이용 등 제품 사이클 전 과정에서 안정성을 크게 강화했다. 사고 재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갤노트7 단종 사태는 스마트폰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제품 결함에 대한 제조사의 대처와 소비자 보상대책 등 스마트폰 품질 문제 발생 시 소비자 대응 관련 글로벌 기준 자체를 새롭게 정립한 사건이었다”이라며 “애플이 이번 사태에 얼마나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할 것이냐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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