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당신의 월급은 얼마나 올랐나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10.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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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96>소득 증가 0%대 시대…올해 '추석보너스'가 간절한 이유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올해 월급이 얼마나 올랐나? 승진은 언제쯤 하나?”

추석 연휴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친지들이 다 모이면 나오는 얘기가 꼭 있다. 다름 아닌 ‘월급’과 ‘승진’이다. 만약 이 중 한가지라도 자랑하며 말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적당히 얼버무려야 한다.

“올해는 경기가 안 좋아서요...”, “안 잘린 것만 해도 다행인걸요.”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보통 가구는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소득 증가를 경험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의 2016년 평균 명목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0.6%에 그쳐,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임금 및 사업소득 등 가계소득 증가율이 0%대를 기록한 것은 2003년 이래 사상 처음으로 그야말로 쥐꼬리만큼 오른 셈이다.

그래도 지난해 쥐꼬리만큼이라도 소득이 올랐으면 다행이다. 전체 가구의 40%는 임금 및 사업소득 등이 줄었다.

특히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지난해 명목소득이 5.56%나 감소했고, 소득2분위 가구는 0.80%의 소득 감소를 겪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3분위 가구는 소득이 0.16% 올라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반면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 가구는 소득이 2.09% 늘었다. 초고소득층인 소득 상위 10% 가구가 벌어들인 임금 및 사업소득 등은 이 보다 높은 2.19%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중산층의 소득 정체는 우리나라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군다나 소득 감소가 저소득층에만 국한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소득 양극화가 경제 회복과 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을 때에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지 않고 고소득층의 소득만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저조한 소득 증가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4%와 0.94%에 머물러, 0%대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엔 저임금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 가구는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중산층마저 임금 및 사업소득 등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2분기엔 고소득층과 초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율도 0%대로 추락하며 소득 감소가 가구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띄었다.

만약 앞으로 남은 3·4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는 소득 증가를 맛보지 못하는 우울한 한 해로 마감할 수 있다.

그런데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10개월 연속 증가하고 증가율도 8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수출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1분기 1.1%, 2분기 0.6%를 기록했고 남은 3·4분기에 평균 0.77% 오르면 연간 3%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게다가 하반기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은 3%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주고 있다.

하지만 가계소득의 회복은 아직 요원하다. 수출경기가 10개월 연속 살아나고 경제 회복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보통 가구가 체감하는 소득 증가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 전체의 성장이 보통 가구의 소득 증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2.8% 상승했고 소득지표인 국민총소득(GNI)는 4.0%나 증가했지만 가계소득은 고작 0.6% 증가했을 뿐이다. 경제 전체 성장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올해 3% 경제성장이 달성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보통 가구에게는 단지 '그림의 떡'처럼 보인다. 올해 3% 소득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가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제 얼마 있으면 추석이다. 올해 열심히 일했으나 아직까지 월급이나 사업소득 등이 안 오르는 가구는 '추석보너스'라도 받아야 그나마 소득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석보너스마저 없다면 우리나라 보통 가구는 올해 소득 증가를 기대하기가 점점 어렵게 된다. 통상적으로 4분기 가계소득은 추석보너스가 나오는 3분기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추석보너스'가 더 간절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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