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년, 기회의 중년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2017.09.2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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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나이 40이 넘어가면 중년에 접어들게 된다. 아직 40이 되지 않은 후배들에게 ‘중년’이란 ‘늙음’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결코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나이인 듯하다. 나 역시 그랬다. 겪어보니 굉장히 좋을 수도 있는 시기가 중년인데 말이다. 중년은 인생의 중간을 넘어 후반전으로 들어가는 때다. 중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지고 노년의 생활이 바뀐다. 중년은 활기찬 노년의 길과 치매나 각종 고질병에 시달리는 노년의 길이 갈라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이런 중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인생을 해석해야 한다=흔히 중년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회사를 비롯한 업무 분야에서는 자신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고 가정에선 나이 든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에 대해 떠맡아야 할 책임이 막중해지며 몸에선 체력이 옛날만 같지 않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실제로 중년이 되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실직 위험이 커지고 가정적으로 누적된 문제가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 수술을 해야 하거나 장기 요양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중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인생을 해석하는 것이다. 인생 중간 점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이 과거 자신의 어떤 선택 때문이었는지 돌아보고 자기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젊었을 때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다. 일을 하는 것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년쯤 되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이 늘 장밋빛으로 즐거울 수는 없다. 위기에 빠져 고난을 겪기도 한다. 행복이 목표인 삶에서는 이같은 역경이 실패지만 의미를 찾아가는 인생에선 굴곡 속에 무슨 특별한 뜻이나 선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의미를 찾아 자신의 삶을 다각도로 해석해보며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중년에 해야 할 일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중년은 지나간 시간을 헤아리는 것을 그만두고 남은 시간을 헤아리기 시작하는 때다. 중년은 ‘어떻게 하면 이 멋진 날들을 가장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다.”(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의 ‘인생의 재발견’ 중에서) 중년이 되면 남은 날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 체감되기 시작한다. 특히 제 정신으로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한 날이 많지 않음을 깨닫고 그 한정된 시간 동안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중년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버킷리스트는 나중에 침대에 누워 하지 못했다고 후회할 일들로 채운다. 임원으로 승진하기라든가 55세까지 은퇴자금 3억원 만들기 같은 것은 하지 못했다고 후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과 캠핑 가기라든가 기타 배우기 같은 사소한 것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이나 시집 출간하기 같은 오랜 꿈을 버킷리스트에 포함해야 한다. 중년은 부모님과 여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고 자녀가 독립하기 전 온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수 있다. 훗날 후회가 남지 않도록, 훗날 좋은 추억이 남도록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경계를 지켜야 한다=공자는 중년이 시작되는 40세를 ‘불혹’(不惑)의 나이로 표현했다.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다. 왜 공자는 40을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 했을까. 40은 어느 정도 인생의 틀이 잡혀 자신에게 가능한 것도, 가능하지 않은 것도 윤곽이 드러나는 때다. 이 때 가능하지 않은 것에 엉뚱한 욕심을 부리거나 마음이 끌려 넘어가면 그야말로 중년의 위기를 맞게 된다. 업무에서 과욕을 부리다 오히려 일을 그르치거나 건강이 상할 수 있고 생활이 안정돼 나태해진 마음에 정도에서 벗어난 욕심을 부리거나 욕망을 탐하다간 그 때까지 쌓아온 인생이 기초부터 흔들리거나 무너질 수 있다.

40 이후 중년에 들어서면 그래서 더욱 자신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중년이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다만 자신에게 허용된 범위를 가늠해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큰 성공에 취해 있을수록 자신을 과신하며 무엇이든 허용되는 듯 경계를 넘다 탈이 난다. 30대였을 때 50년 초반이었던 여자 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이 딱 좋아. 어느 정도 안정됐고 말도 안 되는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 만큼 어리석지도, 치기 어리지도 않고 말이야.” 자신의 인생을 해석하며 경계 안에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소소하게 성취해 나간다면 중년은 인생의 참 좋은 절정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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