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더불어민주당, 대법원장 인준 전날 국민의당 고발 무더기 취하

머니투데이 김하늬 김태은 김민중 기자 2017.09.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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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일 급박하게 고발 취하 결정…협치 틀 마련위한 앙금 해소 차원 해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7.9.21/뉴스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7.9.21/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직전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취했던 고소 고발을 대거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정치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 제기한 고소 고발 20여건을 일제히 취하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친척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주장을 포함해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된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5~6명에 대해서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와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캠프 '입' 역할을 한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등이 주로 피고발인으로 올라와있다. 이들은 이번 민주당의 고발 취하로 검찰 수사 부담을 덜게 됐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대한 고발 취하에 나서면서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발 사건을 취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국민의당도 민주당 고발에 대한 '무고' 혐의의 맞고발 사건 등 다수의 고발 건을 검찰에 접수했었다.



복수의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선 때 고발된 사건들의 공소시효가 오는 11월이면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고발을 접을 건 접을 필요가 있다"며 "추석 연휴 이전까지 양쪽의 고소고발 건을 다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선과 같이 큰 선거가 끝나면 각 후보 간에 이뤄졌던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 때에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대선 승리 후 굳이 고발 사건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이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정치권 관행"이라며 "문 대통령과 관련해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두 건을 제외하고 국민의당에 대한 고소고발 건을 모두 취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경우엔 선거 후 정리 작업이라는 이유 외에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도 고려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들에게 고발 취하를 요청하며 "내일 (대법원장 인준안) 표결 전까지 꼭 취하해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 취하 작업을 진행한 한 변호사는 "고발 취하 서류에 민주당 도장이 필요해 여의도 당사에 들렸더니 당직자 서너명이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고발 취하를 진행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결단도 있었다고 한다. 추 대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내 기류가 심상치않자 지난 18일 자신의 발언에 대한 국민의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여 유감을 표명했고 지난 19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대표와는 일정 조율 실패로 만나지 못하게 되고 협치에 대한 민주당 태도에 대한 국민의당 의원들의 반감이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지자 고소고발 취하를 '카드'로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또 국민의당과 협치의 틀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선 때 쌓인 앙금을 풀고 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당 사정에 밝은 한 핵심 관계자는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전부터 고소고발 취하 문제는 꾸준히 논의는 돼왔다"면서 "언젠간 필요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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