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 주가 8만원 시대 열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9.20 16:18
글자크기

낸드 캐파 세계2위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경쟁력 제고… 8만원 돌파하며 신고가 경신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천정을 뚫고 8만원대로 올라섰다. 역대급 '반도체 슈퍼사이클' 호황에서 이뤄진 도시바 메모리 인수는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 주가 8만원 시대 열다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는 전일대비 1500원(1.89%) 오른 8만700원에 마감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승전보에 장중 8만12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종가 기준 처음으로 8만원대에 안착했다.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투자회사인 베인캐피탈이 주도하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시바 인수가 SK하이닉스 당장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가져오거나 직접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가 아니어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쟁자의 진입을 방지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낸드(NAND)플래시 반도체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잠재적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크고 SK하이닉스의 약점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서 기술 협력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이 호재"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도시바 메모리가 기업공개를 추진할 경우 이번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어 잠재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반도체 메모리 업황이 역대급 호황을 맞은 상황에서 이뤄진 도시바 메모리 인수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호재라는 해석이다. 도시바 메모리는 낸드 생산력 기준 세계 2위 업체로 낸드 원천 기술을 보유했고 3D낸드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낸드 시장점유율 4위에 불과한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 1개 분기 영업이익(3000억엔 전후) 정도를 투입하는 것은 낸드 시장 점유율이 4위에 불과한 SK하이닉스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도시바 메모리는 모기업과 달리 이익률도 좋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질 지분이 없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기술 및 생산량에 대한 접근이 가능할지 여부가 중요할 거란 견해도 제기됐다. 한미일 연합의 인수 후 지분구조는 베인캐피탈이 49.9%, 도시바 40%, 일본 업체가 10.1%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성공 후에도 지분의 50.1%를 보유한 일본 측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기술 및 생산량 유출을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투자의 실익이 없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3·4분기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로 날개를 달게 됐다.

김장열 골든브릿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업황이 매우 좋아도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선두 업체만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주체 포함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한 단계 상향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