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거꾸로…이머징 통화완화 '속도'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7.08.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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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플레 압력에 신흥국은 기준금리 인하…자본유출 우려 아직은 가시화 안 돼

2015년 1월2017년 7월 브라질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 추이./자료=블룸버그 2015년 1월2017년 7월 브라질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 추이./자료=블룸버그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방향을 튼 선진국과 다르게 통화완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전반적인 세계 경기 개선으로 자본유출 위험이 줄어든 영향이다. 선진국이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낼 경우 신흥국 자금 이탈이 발생할 위험에 우려도 여전히 제기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흥국이 통화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10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 2일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6년 반 최저로 낮췄으며 러시아도 6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남미 국가들의 통화완화도 재개됐다. 브라질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5회에 걸쳐 총 4.5%포인트 낮췄으며, 콜롬비아와 페루는 올해 들어 각각 6번, 2번 금리를 떨어트렸다.

이처럼 신흥국들이 잇달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건 인플레 우려가 줄면서 통화완화 정책으로 경기부양을 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인플레를 겪어온 브라질은 7월 인플레이션율이 18년 저점인 2.7%까지 떨어졌다. 브라질의 주 식재료인 콩 가격이 지난해 말의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면서다. 인도에서도 식품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낮췄다.

자본유출 우려도 아직은 크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로 늘려 온 자산을 곧 축소할 계획이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했거나, 선회할 계획을 밝혔다. 통상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리 차가 커져서 신흥국의 자금이탈이 발생한다. 그러나 자금이탈이 현재까진 가시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12월 이후 신흥국 채권과 주식시장은 매달 나간 자금 보다 들어온 자금이 더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조됐던 지난해 11월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이후 FRB가 긴축을 서서히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다시 고조되며 자본이탈이 중단됐다.

세계 경제가 개선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 자본이탈 우려를 경감시킨다. 더불어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 상승압력을 떨어트리는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신흥국의 추가적인 통화완화를 예상케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인도 중앙은행이 올 12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다만 이런 흐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과 유럽의 긴축 우려가 다시 심화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잭슨홀에 참석한 중앙은행 인사들의 발언이 신흥국에 대한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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