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돈 풀어도 부동산·임대업만 몰린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8.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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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부동산‧임대업 대출 7.3조원 '역대 최대'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도 불어난 자금이 부동산‧임대업으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 대출금 중 절반 가량이 부동산 관련 업종에서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 잔액은 1016조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해 14조300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이 5조5000억원, 수출입은행‧저축은행 등 비은행이 8조8000억원 각각 대출금을 늘렸다.

업종별 대출 잔액은 △제조업 331조7000억원 △서비스업 589조3000억원 △건설업 39조7000억원 △기타 55조4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기대비 제조업 1조2000억원, 서비스업 11조8000억원, 건설업 1000억원 각각 대출금이 늘었다. 대출 용도는 운전자금이 4조1000억원, 시설자금이 10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2분기 제조업 대출은 1분기보다 5조원 축소됐다. 금속·기계 및 전자·전기장비 관련 업종은 시설투자를 위해 대출을 늘린 반면, 재무 구조조정 중인 조선업은 대출을 갚았다.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 업종은 지난해 4분기부터 대출액을 줄이는 추세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 규모는 1분기보다 3조6000억원 더 늘었다. 부동산·임대업 대출금이 7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도·소매(1조9000억원), 숙박·음식점(1조4000억원), 과학·기술 및 사업시설관리(6000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금융·보험업은 대출금을 8000억원 갚았다.

특히 부동산·임대업 대출 규모는 2분기 전체 대출금의 51.7%를 차지했다. 산업계 대출금 절반 이상이 이 업종에 흘러갔다는 의미다. 대출 규모도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저금리로 돈 풀어도 부동산·임대업만 몰린다
산업 대출이 부동산·임대업 위주로 불어난 현상은 2014년부터 뚜렷해졌다. 이전까지 대출 증가액이 분기 2조원 안팎이었고 특정 시기에는 일부 갚기도 했는데 2014년 이후에는 분기 5조~6조원 규모로 꾸준히 대출금이 불어나는 추세다. 2008년 1분기 89조원이었던 부동산·임대업 대출 규모는 올해 2분기 187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서비스업 대출은 부동산 및 임대업, 도‧소매,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저금리 통화정책 효과가 약해진 이유는 이처럼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업종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내부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올 정도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로 확대된 유동성이 부동산, 건설 등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주로 공급되면서 통화정책이 효율적인 금융중개를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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