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내삶을바꾸는개헌-개헌특위下

머니투데이 우경희 김민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08.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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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개헌은 개혁'…개혁적 개헌이 국민 신뢰 부른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17.8.23/뉴스1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17.8.23/뉴스1






헌법개정(개헌)은 단순히 법을 고치는 문제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상은 사회구조 개혁에 닿아있다. 권력구조나 기본권 등 틀을 잡는 것 역시 중요한 개헌의 요소지만 기본적으로 개헌은 쉽게 풀 수 없는 과제들을 보다 직접적이고 강한 충격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1987년 직선제 개헌도 형식은 선거제도 개편이었지만 군부의 독재에서 민주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사회개혁이 됐다.

국회 논의의 중심인 개헌특위의 논의 과정에서 개혁적 과제들을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구조 개편 등 지금 정치권이 매몰돼 있는 과제들을 우선 논의하더라도 이후 전폭적인 사회구조 개혁의 기반이 될 내용들을 개헌에 담아내느냐 못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개헌 시한이 내년 지방선거로 일단 정해진 만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후 추가적인 개헌논의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개헌특위 논의 과정에서 부족함이 부각된 국민들의 개헌 인식 부족 역시 개헌이 개혁에서 지나치게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민들이 개헌의 뼈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니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개혁이 없는 개헌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우며, 개헌에 사회개혁의 정신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개혁의 필요성은 개헌 논의의 발단인 제왕적대통령제의 문제점과도 연계된다. 촛불이 불러온 정권교체와 새 정부의 탄생이 개헌의 필요성으로 연결됐다. 권력집중으로 인한 병폐가 나라를 위태롭게했다는데 컨센서스가 형성된 거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4대강 등 이전 정부의 실책에 대해 정부가 다시 들춰볼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이 보다 큰 개혁의 범위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개헌특위와는 달리 각 정당은 아직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내부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개헌특위와 엮이는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가 21일 가동되면서 개헌 논의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헌을 개혁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정개특위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개헌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개특위는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헌 국민투표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국민들에게 동시에 제시한다는게 목표다. 이번 정개특위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가동됐던 정개특위와는 달리 입법권까지 부여 받아 힘이 더 크게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개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선거개혁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행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로 곧바로 법안을 보낼 수 있다. 19대에서 정개특위 합의안이 번번이 안행위에서 발목잡혔던 선례를 피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은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다.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선거구 크기를 어떻게 조정하고 비례대표 숫자를 어떻게 정할지는 각 정당이 통일된 안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정개특위가 얼마나 원활하게 논의를 이어갈지 여부는 단언이 어렵다. 개헌안 마련보다 정개특위의 선거제도 개혁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개특위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개헌 논의 속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각 정당 지도부는 개헌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관련해서 논의를 진행,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근 "(개헌은) 무엇을 개정해야 하는지 국민들과 당워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없이는 결정될 수 없는 것"이라며 "100만당원이 들어와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바로 눈앞에 다가와있고, 각 정당이 그 준비를 시급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헌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대전에서 토크콘서트를 갖고 "개헌특위가 헌법에 성평등 조항 신설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동성애를 헌법 개정을 통해 허용하려는 시도로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헌법개정 심의위원들은 이런 시도를 적극적으로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국민의당 역시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편이나 정치구조 개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태세다. 당대표에 도전하는 주자들도 대체로 입장이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개헌 관련 담판을 짓겠다는 후보도 있다.

개헌이 거물급 정치인들의 활동 재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헌이 정치적 브랜드 중 하나인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헌 연구모임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복당파 의원들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도 개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새 정부가 언제까지나 밀어붙이기식 운영에 기댈 수 없는 만큼 개헌을 통해 세밀한 제도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미 개헌론에 있어 신선함은 느낄 수 없는 거물급들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시 개헌이 개혁적 성향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헌특위, 文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사 논란…"정부안 미리내야"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7.8.23/뉴스1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7.8.23/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23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는 지난 17일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개헌에는 두가지 기회가 있다”며 “하나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여론을 수렴해 국민주권적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이고 그러면 정부도 받아들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국회 개헌특위에서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국회 논의 사항들을 이어받아 자체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날 개헉특위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조기에 개헌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논의하는게 맞다고 주장했고 여당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수렴과정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맞받았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국회가 마련한 개헌방안에 대해 '국민주권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해도 대통령이 판단해 국민주권적이지 않다면 국회안을 비토(veto)하고 직접 발의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도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며 “개헌특위가 구성된 뒤 오랜 기간 논의했고 상당 부분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생각한 개헌 내용이 있다면 여당 의원을 통해 개헌특위에 전달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정부안과 국회안이 합의되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안이 10월말까지 나오면 국회에서 2달정도 논의해 국회-정부 합의안으로 가는게 맞다”며 “그래야 개헌 과정이 국민통합적 개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자로 국회 권능을 존중하겠다는 것이고 국회가 소통하면서 발의하는 것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개헌안에 대해 염려를 보태신 것이지 대통령이 개헌안을 낸다고 그것이 제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발의는 대통령에게도 주어져있다‘고 맞받았다.

여야는 이날 대국민토론회에서 국민들 상대로 던질 질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단어를 넣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맞붙었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이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정권 말에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것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이번 개헌 추진의 배경이 있다"며 "여당 의원들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누누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냐"고 따져물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것은 대통령제에 대한 부정적 느낌을 줄 수 있어 국민선택을 오도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다 등 표현으로 바꾸는 게 중립적"이라고 주장했다.

개헌특위는 오는 29일부터 전국 11개 지역을 돌며 헌법개정 관련 대토론회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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