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연극 '노숙의 시' 1막 공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오동식 배우, 명계남 배우, 이윤택 연출, 김소희 배우. /사진=구유나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호' 이윤택 연출의 연극은 꺼져버린 촛불에 다시 불을 붙인다. 연극 '노숙의 시'는 1976년 동백림 사건부터 2016년 촛불 집회까지 40여 년의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민주주의'를 말하는데, 이게 바로 '직접연극'이에요. 관객한테 바로 쏘아버리는 거.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연극의 장르는 '시민극'입니다. 연극이 시민들에 대한 각성과 소통을 시도하는 거죠."
연극 '노숙의 시' 중 벤치 싸움을 벌이는 무명씨(명계남·왼쪽)와 김씨(오동식). /사진=연희단거리패
60대 무명씨는 전후세대의 어두운 면모를 간직한 인물이고 40대 김씨는 소시민에 가깝다. 배우, 연출과 동년배다. 명 배우는 "셋이서 서로의 기억과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과정을 거쳤다"며 "물론 기억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써내는 건 이 선생의 몫이었다. 3일 만에 극본을 써내더라"고 감탄했다.
두 노숙자의 대화에는 '하숙집 아줌마'와 '검은 개'도 등장한다. 이 연출은 "하숙집 아줌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하숙집은 구세대를 상징한다"며 "'검은 개'는 적폐 세력이지만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비겁함과 굴종이기도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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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출과 명 배우는 '노숙의 시'에 이어 내년에는 연극 '파우스트 박사의 선택'과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을 함께 한다. '꽃을 바치는 시간'은 2015년 정부지원 문화예술 사업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지만 최종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