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동백림부터 촛불까지…아직 해결된 것 없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8.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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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는 야만의 시대"…'동물원 이야기' 재해석해 연극 '노숙의 시'로

23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연극 '노숙의 시' 1막 공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오동식 배우, 명계남 배우, 이윤택 연출, 김소희 배우. /사진=구유나 기자23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연극 '노숙의 시' 1막 공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오동식 배우, 명계남 배우, 이윤택 연출, 김소희 배우. /사진=구유나 기자


"70, 80년대는 야만의 시대였죠. 그때 '블랙리스트' 들어갔다 하면 엄청 맞는 거예요. 그런 시대를 거쳐서 한 시대가 왔는데, 역사적으로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근데 우린 왜 이렇게 낙관적일까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호' 이윤택 연출의 연극은 꺼져버린 촛불에 다시 불을 붙인다. 연극 '노숙의 시'는 1976년 동백림 사건부터 2016년 촛불 집회까지 40여 년의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



이 연출은 23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대에 예술이 미학적 틀 속에 있으면 되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작품은) 최소한의 연극성만 살려서, 드라마고 사건이고 극적 구성이고 다 필요없이 작정하고 나의 말을 따발총 쏘듯 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민주주의'를 말하는데, 이게 바로 '직접연극'이에요. 관객한테 바로 쏘아버리는 거.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연극의 장르는 '시민극'입니다. 연극이 시민들에 대한 각성과 소통을 시도하는 거죠."



연극 '노숙의 시' 중 벤치 싸움을 벌이는 무명씨(명계남·왼쪽)와 김씨(오동식). /사진=연희단거리패연극 '노숙의 시' 중 벤치 싸움을 벌이는 무명씨(명계남·왼쪽)와 김씨(오동식). /사진=연희단거리패
'노숙의 시'는 미국 현대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1959)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노년의 '무명씨'(명계남)와 중년의 '김씨'(오동식) 단 두 명이다. 그들은 광장을 지나 숲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60대 무명씨는 전후세대의 어두운 면모를 간직한 인물이고 40대 김씨는 소시민에 가깝다. 배우, 연출과 동년배다. 명 배우는 "셋이서 서로의 기억과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과정을 거쳤다"며 "물론 기억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써내는 건 이 선생의 몫이었다. 3일 만에 극본을 써내더라"고 감탄했다.

두 노숙자의 대화에는 '하숙집 아줌마'와 '검은 개'도 등장한다. 이 연출은 "하숙집 아줌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하숙집은 구세대를 상징한다"며 "'검은 개'는 적폐 세력이지만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비겁함과 굴종이기도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연출과 명 배우는 '노숙의 시'에 이어 내년에는 연극 '파우스트 박사의 선택'과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을 함께 한다. '꽃을 바치는 시간'은 2015년 정부지원 문화예술 사업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지만 최종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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