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수족구 테러', 형사처벌·손해배상 가능?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17.08.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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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비양심 나몰라라' 부모, 감염된 아이 막무가내 등원…전문가 "민·형사상 책임"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자기 아이가 수족구병과 같은 전염병에 걸렸지만 이를 알고도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내는 일부 비양심 부모들의 행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막무가내식' 등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23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2009년부터 법정감염병(지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수족구병은 발병 환자가 나올 경우 의료기관이 보건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영·유아를 중심으로 걸리는 수족구병은 백신이 없고 전염성이 강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물집과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다 일주일이면 자연 치유되지만, 드물게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해 외래환자 1000명당 51.1명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29주차(7월 16일~22일)에는 29.2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매년 여름철마다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질본은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도 의심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보건당국에 알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확진 시에는 의사의 완치 판정이 나올 때까지 등원 자제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보육기관의 요구를 무시하고 부모가 아이의 등원을 강행하는 사례가 계속돼 문제를 빚고 있다. 안전지대라고 믿었던 어린이집이 오히려 감염병의 온상이 돼 버리는 통에 죄 없는 다른 부모들이 속 앓이 하는 상황이다.

이달 중순에도 서울 신림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병 사실을 숨겨 수족구병을 확산한 사례가 확인됐다.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던 한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일주일간 등원하며 8명의 아이에게 병을 옮긴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모씨(31)는 "이기적인 엄마들 때문에 여름마다 전염병으로 고생하는 것"이라며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법적인 제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일부 부모들의 '나 몰라라'식 등원이 민·형사상 처벌도 가능한 만큼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용환 변호사는 "상해가 '건강상태의 이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는 게 판례의 입장인 만큼 (수족구병 등에) 감염을 유발하는 것도 상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아직 소송을 건 사례는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배보다 배꼽(소송비용 등)이 더 클 여지가 있어서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용배 변호사는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을 감염시켰다고 한다면 적어도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형사적으로도 과실치상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사고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의료소비자연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감염병을 옮긴 데 대한 소송이 가능할 수 있다"며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가 제일 중요하고, 후유증 등이 있으면 그런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 개인의 책임에 국한하지 말고 사회의 보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몰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맞벌이 등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해 어쩔 수는 경우가 많다"며 "긴급하게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상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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